[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가 정부의 집값 고점 경고에도 강해지고 있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2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7.9로 전주(107.6)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3월 첫째 주(108.5)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기준선인 100을 넘어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매수심리 '활활'…"추격매수 간다"
서울은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이 담긴 2·4 대책 발표 이후 공급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매수 심리가 진정세를 보였다. 지난 4월 첫째 주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 밑으로 내려갔으나, 한 주 만에 반등해 둘째 주부터 이번 주까지 17주 연속 기준선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집값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고점을 넘어서고 있다"며 "추격 매수에 신중해 달라"고 했으나 아파트 매수심리가 더 강해진 것이다.
특히,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값도 4개월째 상승폭이 지속하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 2019년 12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수 심리는 중저가 단지 위주로 키 맞추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강북 지역(한강 이북)에서 더 강해졌다.
서울 5개 권역 중 동북권(노원·도봉·강북구)이 지난주 113.2(전주 110.1)로 3.1포인트 오르며 지난해 8월 첫째 주(114.5)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재건축·교통 호재가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노원구는 최근 17주 연속 서울에서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다.
종로·용산·중구가 속한 도심권이 같은 기간 103.4에서 107.6으로 4.2포인트 상승, 은평·서대문·마포구가 있는 서북권은 101.7에서 105.1로 4.6포인트 올랐다.
초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 3구가 있는 동남권은 108.9에서 104.6으로, 양천·강서·구로구 등이 속한 서남권은 107.0에서 105.6으로 각각 하락했으나 기준선을 상회하며 아파트 매수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가=실거래가'…식지 않는 서울 집값
매수심리가 강해지는 가운데,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25개 구 모두 3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주택시장은 상승세에 힘입어 호가가 곧 실거래가가 되는 집값 고점 경신 공식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10%를 기록했다. 중저가 아파트와 용산, 강동, 강남 등을 중심으로 견조한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3주 연속 플러스 변동률을 유지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동 일원에 있는 '롯데캐슬에듀포레(2018년 11월 입주)' 전용 59㎡는 지난달 15억5천만원(13층)에 실거래됐다. 이는 단지의 신고가에 해당한다. 동일면적대 매물은 지난해 모두 6건이 거래됐는데, 11억6천만원(5층)~14억8천만원(12층)에 팔렸다.
새로운 고점에 물건이 거래되자,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의 호가도 바짝 따라붙었다. 현재 동일면적대 저층 물건이 14억5천만원~15억원대에, 중층 이상 물건이 15억~16억원대에 호가가 책정돼있다.
단지 인근 E부동산 관계자는 "매물 거래 자체는 지난해보다 많이 줄었다"며 "그러나 거래는 계속 고점에서 이뤄지고 있고, 이를 따라가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온 매물이 신고가에 거래되자, 바로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호가가 형성되며 '호가가 곧 실거래가'가 되는 현상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 일원 'e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2019년 5월 입주)' 전용 59㎡는 지난달 15억원(5층)에 팔렸다. 한 달 전인 지난 6월 동일면적대 매물이 14억7천만원(11층)~14억9천만원(12층)에 거래됐는데, 한 달 새 1~3천만원 오르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동일면적대 매물은 11억7천500만원(1층)~12억9천만원(19층)에 거래됐다. 1년 새 약 3억원 올랐다.
전용 59㎡가 신고가를 경신하자, 호가 역시 순식간에 뛰어올랐다. 현재 단지의 전용 59㎡ 호가는 저층 매물이 14억5천만원~15억원대에, 중층 이상 매물이 15억 중반대에서 16억원까지 책정돼 있다. 중층이상 물건이 현재 호가에서 거래되면 2달 연속 신고가를 경신하게 된다.
'마용성' 신조어를 만든 주역 서울 마포에서는 신축 단지가 20억원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마포프레스티지자이(2021년 3월 입주)' 전용 84A㎡는 지난 6월 19억9천만원(23층)에 실거래됐다. 2년 전인 지난 2019년 11월 동일면적대 매물은 16억5천만원(14층), 지난 2018년에는 모두 3건이 10억2천735만원(26층)~13억375만원(11층)에 팔렸다. 동일면적대 기준 3년 새 9억원이 넘게 올랐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여름 휴가철과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가격 상승 피로감 등의 영향으로 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분위기"라며 "확산하는 전세 시장 불안도 아파트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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