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국민의당 내 비난이 위험수위에 도달한 모양새다.
국민의당 주요 당직자들이 안철수 대표의 합당 관련 '시한부 응답'을 압박하고 나선 이 대표에 대해 '철부지 애송이', '꿀 먹은 벙어리' 등 폭언에 가까운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김윤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은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한편으로 여론을 조작해 정권을 도둑질한 도둑놈들과 싸우고 다른 한편으로 국운이 걸린 정권교체를 앞에 두고 제 분수를 모르고 제멋대로 장난질하는 철부지 애송이도 제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는 일명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관련 정부·여당을, 후자는 이준석 대표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까지 국민의힘과 합당 실무협상을 진행했던 국민의당 측 협상단원이었다.
'합당 공감대'가 아직 유효한 가운데 상대 당 대표를 '철부지 애송이'로 깎아내린 것을 넘어 '제압해야 할 적'이라고 설정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협상) 시한을 다음 주로 못박겠다"는 이 대표에게 "어디서 협박질인가"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구혁모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안 대표가) 드루킹 몸통 찾는 걸 계속 '함께 하자'고 하는데 같이 할 것인가"라며 "질문에 회피 안 한다고 자화자찬 하시던 분이 왜 드루킹 앞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최근까지 합당 협상에 관여했던 국민의당 실무자와 지도부 일원의 이 대표를 향한 원색적 비난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들의) 합당 저해 행위는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이 갑질한다'고 주장하는데 국민은 어느 쪽이 갑질한다고 볼지 생각해보면 좋겠다"며 "공당 대표에게 그런 표현을 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기본적인 태도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합당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최대한 인내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일각에서도 이들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합당 문제가 결정되지 않은 데다 안 대표가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당직자들이 분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합당 관련 여러 발언으로 인해 당원들의 반발이 심한 건 맞다"면서도 "다만 최고위원과 서울시당위원장 지위에 있는 분들이 당원 반발에 편승해 상대 당 대표에게 부적절한 발언으로 강하게 어필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 "결혼을 앞둔 부부가 이런 식으로 싸우면 결혼을 해도 결국 앙금과 상처로 남아 원만하지 못한 가정이 되지 않나"라며 "(상대의) 태도나 명분을 지적할 수 있지만 합당이 결렬된 것도 아니고 안 대표도 숙고 중인 상황인데 지나쳤다고 본다.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는데 이들이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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