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환 기자] 보험사에서 운용하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하락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가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사전에 합의한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디폴트 옵션' 제도에 보험사 주력상품인 원리금보장 상품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10년 장기수익률 전년대비 0.21%~0.57% 감소…IRP 성장 둔화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7개 보험사의 DB형, DC형, 개인형(IRP) 등 퇴직연금 10년 장기수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대부분 하락했다. 퇴직연금 종류별로 살펴보면 확정급여(DB)형의 경우 전년대비 0.21%~0.43%, 확정기여(DC)형은 0.12%~0.57%, IRP는 0.42% 가량 수익률이 감소했다.
증권사 대비 단기 수익률을 비교해도 보험사 퇴직연금 실적은 부진하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DC형 기준 증권사의 1년 수익률(올해 2분기 말 기준)은 10.1%였지만 은행은 2.71%, 보험사는 3.31%였다. 증권사 연금 계좌에는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 투자 비율이 높아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IRP를 보면 업권별 격차는 더욱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은행 IRP 적립금은 27조7천9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증가했고, 증권사는 10조1천516억원으로 34.6%나 늘었지만 보험사 적립금은 2.8% 늘어난 3조908억원에 그쳤다.
이처럼 수익률 하락에 보험사 퇴직연금 고객이탈이 강화되고 있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수입보험료는 4조7천21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조7천48억원 대비 17.2%(9천837억원) 줄었다.
반면 올해 2분기 국내 13개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55조6천21억원으로, 1년 전(45조900억원)보다 23% 증가했다.
특히 최근 증권사들이 수수료 무료 등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가입자 이탈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6월부터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들은 IRP 수수료를 무료로 전환했으며, 한화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중소형사들도 수수료 무료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절세 효과도 강조하면서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IRP 계좌에서 국내 상장된 해외 주식 ETF를 거래한 뒤 연금으로 수령하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디폴트 옵션 도입도 악재…"소비자 선택권 함께 제공해야"
특히, 최근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디폴트 옵션에 원금보장형 상품이 제외될 경우 증권사에게 고객을 더 많이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DC형 퇴직연금에 적용되며, 투자방향을 사전에 정해놓은 채 운용하도록 만들어 휴먼 퇴직연금의 투자효율을 높이는 제도다.
증권업계에서는 자산을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험업계는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공격적 투자가 당장 수익률이 높아 보이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오히려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는 결국 민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원금보장형 상품에 대한 선택권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kimth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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