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삼성전자 자동차 전장 사업 핵심 하만이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시장 수요가 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2017년 인수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가 중 사상 최대인 9조3천억원에 하만을 인수했던 기대치를 감안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하만의 2분기 매출은 2조4천200억원, 영업이익은 1천1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코로나19 이후 위축됐던 자동차 시장 수요가 회복되면서 하만의 매출도 늘고 영업이익도 개선됐지만 삼성전자에서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하다. 매출이 전체 삼성전자 매출의 3.8%에 불과하다.
수익성 개선도 사업적인 성과보다 몸집 줄이기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인수하면서 100개가 넘는 종속회사를 함께 편입했지만 40개 이상을 합병하거나 청산하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하만 커넥티드 서비스 법인을 정리했고, 올해는 디지털 믹싱 시스템 기업 스튜더를 팔았다. 디지털 콕핏, 텔레매틱스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장사업에 집중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디지털 콕핏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통해 안전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는 전장 부품이다.
다만 디지털 콕핏도 주춤한 양상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디지털 콕핏 점유율은 25%(삼성전자 분기 보고서 기준)인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포인트 줄어든 수준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사업 확장의 핵심인 완성차 업계로 부품 공급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등 소품종 대량생산에는 노하우가 많지만, 고객사 맞춤형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해야하는 전장 부품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완성차 업계의 니즈를 반영해 맞춤형으로 생산돼야 한다"며 "삼성이 기존 사업에서 쌓아온 역량이 전장에서 잘 발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객사 확대와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중순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를 폭스바겐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년 전인 2019년 폭스바겐 그룹 내 아우디 신형 A4 모델에 엑시노스 오토를 탑재했는데, 같은 그룹에서 또 다른 고객사 확보에 성공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전장 사업과 인수·합병(M&A)도 검토 중이다. 이는 합작, 지분 투자, 공동 개발 등으로 하만 사업군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이다.
서병훈 삼성전자 IR 담당 부사장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3년 이내에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전장, 5G, AI 등 분야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셸 마우저 하만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도 삼성전자와의 시너지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마우저 CEO는 지난달 공개된 손영권 하만 이사회 의장(전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자)과의 넥스트웨이브 대담에서 "삼성은 큰 기업이고 매우 경험이 많다"며 "고객의 경험을 자동차로 가지고 들어오는 것이 앞으로 시장에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과정에 관여한 손 의장 역시 "두 회사가 5G, 소프트웨어, 모바일 등에서 협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며 "기업의 규모를 고려할 때 우리는 더 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로 전장사업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총수의 역할이 사업 방향성과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전장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는 LG전자의 사례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며 "전장사업 강화를 위해 인수한 하만이 모기업 삼성전자와 시너지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줄 이 부회장의 복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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