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전세계가 초고주파(mmWave)에서 중대역으로의 5G 초기 전환을 서두르고는 있으나, 초고주파는 선상에서 제외됐다기보다는 언젠가는 걸어가야 할 길이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해 많은 기술적 난제와 이해관계가 켜켜이 쌓여 있을뿐이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이 중대역에서의 5G 확산을 도모하고 있기는 하나 초고주파에 대한 끈을 놓고 있지 않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들과는 차이가 있다면 앞서 나가기 위한 실패를 이미 경험했다는 것. 우리나라는 이제 막 시범 프로젝트로만 이 시련에 뛰어든 격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더딘 28GHz 활성화에 대해서 원죄를 갖고 있다 지적할 수 있다. 누구보다 28GHz 주파수 대역에서의 5G 실현을 바랐기 때문.
5G 주파수로 배분된 28GHz 대역은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표준에 나선 대역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세계전파통신회의(WRC-19)에서 첫 논의된 이후 지난 2017년 11월 26~37GHz 대역 등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4.75GHz폭을 국제 조화 주파수로 분대된 전력이 있다.
이같은 결정은 국내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전파 분야에서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자평했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 및 시장 주도권 선점 효과도 기대된다는 장밋빛 전망도 부상했다.
우리나라는 이후 평창동계올림픽을 5G 올림픽으로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28GHz 대역에서 5G 시범 운영을 전개하기도 했다. 통신주관사로 지정된 KT는 각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과 손잡고 표준 생태계에 최대한 근접한 독자 표준인 5G SIG를 통해 시범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28GHz 대역을 받아 쓸 수 있는 태블릿을 최초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5G가 상용화된지 2년이 넘게 흐른 상황에서 28GHz 사례는 국내서 찾기가 어렵다. 책임 여부는 모두에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다. 정부 정책도 이통사도, 관련 기업 및 표준화단체들 역시 관련 생태계 구축에 소홀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나아가야 한다.
과거 국내 최초 도입했던 CDMA의 시련, 4G 표준으로 각광받던 국내 기술표준 와이브로의 퇴장 등 그간 뛰어난 기술이 있었음에도 정책적 실패와 관련 생태계의 부족 등으로 인해 매번 발목이 잡힌 바 있다. 이번 초고주파 5G 역시 과거를 타산지석 삼아 설래발로 끝나서는 안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8GHz 주파수에 대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도 5G 네트워크 구축 전략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상임의원들이 질타가 쏟아졌다. 직진성이 강하고 투과율이 낮은 주파수 특성상 소비자간거래시장(B2C)보다는 기업간거래시장(B2B)으로 분리해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28GHz 5세대 이동통신 구축 활성화 전담반(TF)’을 발족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초고주파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BM)이 명확치 않다는 점에서 신속한 대응을 해나갈 수 있는 구심점을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컸다.
전담반에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등 네트워크 장비업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등 유관기관 및 협회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 장기적 관점에서 28GHz 대역은 가야할 길
단기적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기는 하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초고주파는 5G 확산을 위해 필요한 대역이다.
글로벌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지난 1월 발간한 mmWave 5G 경제학 - 20205년까지 총소유비용 평가’에 따르면 5G 환경이 완벽하게 구현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주파수 활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GSMA는 전세계 이동통신사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이다. 750여개 운영사와 모바일 생태계에 속한 약 400개 기업을 연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매년 바르셀로나와 로스엔젤레스, 상하이에서 MWC 행사를 주관하는 한편, 모바일 360 시리즈 지역 컨퍼런스도 개최하고 있는 단체로 공신력이 있다.
이 보고서에서도 현재 전세계에서 5G 주요 대역으로 활용되고 있는 곳으로 3.5GHz 대역이 포함된 중대역(sub-6)을 꼽는다. 일부 국가에서는 1GHz 이하인 저대역을 5G 주파수로 고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28GHz 주파수를 포함한 초고주파도 잠재력이 높다 평가하고 있다. 이동거리가 짧고 장애물에 취약하다는 단점에 비해 쓸 수 있는 대역이 넓고 비교적 청정지역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트래픽을 감당하고 성능과 품질 요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대역이다.
현재 초고주파를 배정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핀란드, 홍콩, 이탈리아, 일본, 대만, 싱가포르, 러시아, 태국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는 하나 관심도 측면에서는 높다.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는 5G 초고주파 대역 검토를, 유럽은 주파수 정배를 내용으로 하는 시행령까지 내놓은 상태다.
이같은 관심에 따라 GSMA는 1세대를 넘어서는 2세대 초고주파 장비에 대한 원가가 낮아지고 기술과 작동 측면에서 눈에 띄는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GSMA가 초고주파에 대한 2020~2025년 정보화 비용의 투자효과(TCO)를 총 3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분석한 결과 적정한 가입자를 초과하고 사업자 시장 점유율이 충족된다면 투자효과가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고밀도 도시에서의 실외 상황 ▲교외 지역에서 유선을 대체하는 무선연결 방식 ▲실내 상황에서의 초고주파 활용에 대한 비용 효과를 검증한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효용성은 더 증대됐다.
특히 중국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이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필두로 초고주파 5G 시연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시범운영에 이어 상용화된 28GHz 5G가 전세계 전파를 타게 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표준 역시 완성됐다. 지난해 3GPP는 릴리즈16을 통해 초고주파 운영을 위한 여러가지 개선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무선접속네트워크(RAN) 분할 옵션도 다양하게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규모의 경제가 형성된다면 활성화에 보다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 과오 있다면 인정하고 냉정해져야…국민 오해 바로 잡는 것부터
우리나라는 28GHz 5G 활성화 전담반을 통해 올해 3월부터 논의가 시작돼 각 통신사에서 자체적으로 장소를 선정하고 제공할 서비스를 구체화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전국 10개 장소에서 시범 운영을 실시한다.
본격적인 시범 프로젝트가 시작된 시점이기는 하나 ‘보여주기식’으로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각 이통사의 시범운영이 대체적으로 랜드마크만을 커버하는 B2C 서비스이기 때문. 당장의 질책을 피하기 위한 등떠밀리는 정책 운영이 되지 않아야 한다.
이통3사가 올해말까지 구축하기로 한 망구축의무 달성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을 내건 과기정통부 역시 초고주파에 대한 정책방향을 현 시점에 맞춰 다시 재설계해야 한다. 섣부른 상용화는 오히려 국민의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책 전략 방향이 재설계돼야 한다면 지난 과오를 인정하고 다시 현 시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통사 역시 국민을 호도한 점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관련 기관이나 사업자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했으나 그에 따른 부작용을 이미 겪었다. 성급한 5G 상용화로 인해 표준 정합이 맞지 않아 고객들의 신뢰를 잃었다. 현재까지도 5G 품질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빠른 5G 속도를 보여준다는 명분으로 서둘러 28GHz 도입에 나선다면 최초 상용화의 부작용을 또 다시 반복해서 겪어야 할 수도 있다. 떨어진 고객 신뢰 역시 다시 붙잡기 어려울 수 있다.
당장 질책이 끊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가 갖춰졌을 때 초고주파 5G가 운용이 정식으로 시작돼야 한다. 당장은 국민의 혼란을 줄이고, 오해를 바로 잡아야 할 때다. 시범 운영이 중요한 때가 아니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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