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현대차증권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한 보통주 전환 청구가 잇따르면서 주가에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전환청구가 이어지고 있는 RCPS는 지난 2019년 11월 1천36억원의 유상증자를 하며 발행했던 것으로, 당시 투자했던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이 본격적으로 엑시트(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케이클라비스, RCPS 보통주 전환 후 잇단 장내 매도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클라비스는 최근 보유 중인 현대차증권의 RCPS를 연이어 보통주로 전환한 뒤 대거 장내 매도하고 있다.
케이클라비스는 지난 2월 이후 지난 12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RCPS(총 709만9천999주) 중 143만6천538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장내 매도 방식으로 처분했다. 금액으로는 약 196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기간 동안 일부(59만3천625주)를 펀드 이관한 것을 포함해 총 203만163주의 RCPS를 처분하며 엑시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019년 11월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총 941만8천179주의 RCPS의 발행해 운영자금 약 1천36억원을 조달했다. 제3자배정 방식으로 케이클라비스(709만9천999주)를 비롯해 한국투자캐피탈(136만3천636주),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90만9천90주), 농심캐피탈(4만5천454주) 등이 투자했다.
RCPS는 채권처럼 만기 때 발행사가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투자자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붙어 있는 종류주식이다. 상환기간이 도래하기 전까지 투자자는 이자처럼 배당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고, 기존에 체결된 조건에 따라 만기 상환 전에 투자자가 RCPS를 보통주로 전환을 청구할 수 있다.
RCPS 발행으로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6월 자기자본 1조원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고,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1조761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 순위 15위에 올랐다.
◆ 신주 발행가액 1만1천원…주가 상승 때마다 전환청구 발목
현대차증권은 증권 업황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 1천174억원, 당기순이익 842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 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며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지난해 3월 19일 이후 꾸준한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올해 초 장중 최고 1만6천7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차증권의 주가가 오를 때마다 RCPS의 보통주 전환 청구가 이어지며 주가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투자자로부터 RCPS 20만주에 대한 보통주 전환청구가 들어왔다. 우선주 1주당 보통주 1주로 전환하는 것으로, 전환청구 후 현대차증권의 보통주는 기존 3천151만2천562주에서 3천171만2천562주로 늘어나게 된다. 전환청구 후 우선주 잔량은 704만2천728주다.
이를 비롯해 올해 들어서만 총 5차례에 걸쳐 237만5천451주의 보통주 전환청구가 들어왔다. 현대차증권의 주가가 유상증자 당시 RCPS의 보통주 전환 발행가액 1만1천원을 넘어서자 케이클라비스를 비롯한 RCPS 투자자들의 보통주 전환청구가 이어지면서 오버행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초 주가가 장중 최고 1만6천750원까지 치솟자 케이클라비스가 대거 주식을 장내매도 처분하며 2월말 주가가 1만1천250원까지 한달 여 사이에 32% 급락했고, 이후 다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는 지난 5월 1만5천원대를 회복했지만, 곧 바로 RCPS의 보통주 전환청구와 장내 매도가 이어지며 이날 장중 1만3천원대가 다시 무너졌다.
엑시트를 본격화하고 있는 케이클라비스가 보유한 RCPS 물량이 여전히 509만176주가 남은 상황으로, 이는 현재 우선주를 포함한 현대차증권의 지분 13.08%에 달하는 규모다. 전체 남은 RCPS 물량(704만2천728주)이 현재 현대차증권 보통주 전체 주식(3천171만2천562주)의 22.2%에 달하는 만큼 보통주 전환에 따른 오버행 부담이 당분간 현대차증권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 자기자본 확충 후 재무건전성↑…"수익 다각화 전략 통한 성장 추진"
오버행 물량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현대차증권은 증자 이후 재무건정성이 크게 개선되며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는 등 사업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향후 성장 여력을 확보한 것은 긍정적이다.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현대차증권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A-‘로 올해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투자은행(IB) 부문과 자산관리 부문의 실적개선, 레버리지 확대를 통한 채권 운용수익 확대 등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한 시장 지위 제고를 높이 평가했다.
현대차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58.2%로 2019년 말(68.0%)보다 크게 개선됐다.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역시 같은 기간 498.4%에서 507.5%로 높아졌다. NCR은 증권사의 유동성 자기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것으로, 금융 당국은 이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증권 업황 호조에 힘입은 리테일 부문 실적 성장은 물론 IB와 자기자본직접투자(PI) 부문에서도 높은 수익을 거두며 올해 1분기에만 영업이익 570억원을 기록,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1천174억원)의 절반가량을 이미 달성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 확충 이후 수익 다각화 전략이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어지는 등 결실을 맺고 있다"며 "특정 사업영역에 치중하지 않는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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