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엑시톤(exciton, 여기자)은 들뜬 상태의 전자와, 전자가 빠져나간 빈 자리인 양공이 서로간의 전기적 힘에 의해 한 쌍으로 묶여 있는 입자(상태)를 말한다. 주로 반도체나 절연체인 고체에 빛을 쏠 때 생긴다. 절연체에 빛을 쪼이면 원자에 속박된 전자가 들뜬 상태로 전이를 하는데, 전자가 원자핵을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들뜬 전자가 양공 주위를 돈다.
엑시톤은 음전하를 띤 자유전자와 양전하를 띤 정공의 쌍이므로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전하가 0이기 때문에 물질 내에서 움직일 때(에너지를 전달할 때) 저항을 받지 않아 에너지 소모 없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엑시톤을 실제로 정보통신 기술에 사용할 수 있다면 에너지 손실 없는 소자와 컴퓨터가 실현될 수 있다. 전력 소비가 크고 발열이 동반되는 고성능 소자의 한계를 해결할 차세대 기술로 엑시톤이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빛을 쏘아 만든 엑시톤은 극히 짧은 시간 동안만 지속되기 때문에 정보처리 소자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수명이 긴 엑시톤을 만들기 위해 전자와 양공을 직접 조종하는 연구가 시도됐지만, 극저온에서만 엑시톤을 만들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염한웅 단장(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케이스케 후쿠타니, 김준성, 김재영 연구위원)은 실온에서 엑시톤이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다고 발표했다.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 권위지인 네이쳐 피직스(Nature Physics)에 7월 16일 공개됐다. (논문제목: Detecting photoelectrons from spontaneously formed excitons)
특정한 에너지띠를 갖는 고체에서는 액시톤이 자발적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이론적 예측은 1973년 소련 과학 아카데미 연구진이 처음 제안한 것(엑시톤 절연체 예측)이다. 이 이론은 특이한 전자구조를 갖는 반도체나 반금속(금속과 반도체의 중간 성질을 갖는 물질)에서는 높은 온도에서도 수명이 긴 액시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예견했다. 몇 년 전 도쿄대에서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반금속 물질을 제안했으나, 실험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IBS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약 50년간 이론으로 예측됐던 현상을 실험적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발견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는 광전자 분광 장치를 자체 제작하고 이를 포항 방사광가속기와 연결해 설치함으로써 가능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광전자분광장치의 개발·설치 및 성능 고도화에 8년여의 기간과 30여억 원의 연구비가 소요됐다"며 "현재 이 장치는 현재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공유되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실험한 물질은 도쿄대 연구팀이 제안한 셀레늄화니켈다이탄탈룸(Ta2NiSe5)이다. IBS 김준성 연구위원(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이 연구실에서 고품질로 직접 합성해 냈다. 실험은 후쿠타니 케이스케 박사후연구원이 수행했다.
엑시톤을 실제 관측하기 어려운 것은 시료를 빛으로 자극했을 때 발생하는 무수한 광전자가 엑시톤 붕괴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광전자 분광 장치는 빛의 편광을 변화시키면서 광전자를 측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광전자는 발생하지 않고 엑시톤에 의한 광전자만 발생하는 특정 편광조건에서 측정을 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조건에서 검출한 광전자 신호를 분석해 엑시톤의 신호를 확인한 것이다.
염한웅 단장은 “세계 최초로 실온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엑시톤 입자를 관측함으로서 1970년대의 소위 엑시톤 절연체 예측이 옳았음을 증명했다”며 “수명이 긴 엑시톤을 발견함으로써 향후 저항손실 없는 소자와 컴퓨터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의의를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엑시톤 입자의 성질을 조절하고 이를 활용하는 소자를 제작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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