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 2분기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주식 부자 1위에 올랐다. 주식 재산 1조(兆) 클럽에 가입한 국내 50대 그룹 총수는 13명으로, 올 초 11명보다 많았다. 50대 그룹 총수의 지분가치도 3월 말 48조원 수준에서 6월 말 60조원으로, 최근 3개월 새 20% 넘게 증가했다. 또 올 2분기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3조원 이상 주식재산이 불었지만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3천억원 넘게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2일 기업 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2021년 2분기 국내 50대 그룹 총수 주식재산 변동'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71개 기업 집단 중 자연인(개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50개 그룹 총수 50명이다. 주식평가액 산정은 총수가 상장사 지분을 직접 보유한 경우에 한 해 조사가 이뤄졌다. 평가액 산출은 보통주(우선주 제외) 주식 수에 올 3월 31일과 6월 30일 기준 종가(終價)를 각각 곱한 값으로 계산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50대 그룹 총수 중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숫자는 38명이었다. 이들 38명 그룹 총수의 올 3월 말 주식평가액은 총 48조5천361억원이었다. 이후로 3개월이 흐른 지난 6월 말에는 60조8천57억원으로 25% 넘게 주식재산이 증가했다. 올 초 45조2천8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총수들의 주식평가액은 상반기(1월 초 대비 6월 말)에만 30% 이상 급증했다.
50대 그룹 총수 중 2분기(3월 말 대비 6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 증가율 1위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장 회장이 가진 주식 가치는 3월 말 1천800억원이었으나, 6월 말에는 2천900억원으로 62.6%나 상승했다. 장 회장은 동국제강 주식종목 한 개에서만 주식을 보유 중으로, 3월 31일 1만3천650원이던 주가가 6월 30일에는 2만2천200원으로 60% 넘게 올라 주식재산도 덩달아 두둑해졌다.
같은 기간 김범수 카카오 의장 역시 6조600억원에서 9조6천300억원 수준으로 60%에 육박할 정도로 지분가치가 높아졌다. 김 의장은 3월 말~6월 말 2분기 주식평가액 증가액으로만 보면 3조5천억원 넘게 늘었다. 50개 그룹 총수 중 주식재산 증가액 중 가장 컸다.
또 정몽진 KCC 회장 52.6%(3천900억원→5천900억원), 이웅열 코오롱 전 회장 48.8%(1천900억원→2천900억원), 이순형 세아 회장 29.5%(800억원→1천억원) 순으로 50대 그룹 총수 중 2분기 주식재산 증가율 상위 다섯 손가락 안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3월 말 5천400억원 정도이던 주식재산이 6월 말에는 4천400억원으로 900억원(17.4%) 이상 감소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도 2조3천100억원에서 2조원대 초반으로 3천억원(13.2%↓) 넘게 주식평가액이 줄었다.
이와 함께 이명희 신세계 회장 3.5%↓(7천500억원→7천200억원), 이우현 OCI 부회장 3.3%↓(1천460억원→1천410억원),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2.2%↓(4천900억원→4천800억원) 순으로 2분기 주식평가액 하락률 5명 총수 그룹군에 속했다.
다만 2분기 주식재산 감소율 다섯 명 그룹 총수 중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을 제외한 4명은 올 초 대비 6월 말 기준으로 보면 주식재산이 상승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지분가치는 올 초 3천억원이었는데 6개월 새 1천300억원 넘게 주식재산이 증가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600억원 ↑), 이우현 OCI 부회장(200억원 ↑),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800억원 ↑)도 상반기 기준으로는 주식재산이 증가했다.
1월 초 대비 6월 말 상반기 기준으로 살펴보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주식재산은 155%(1천700억원 ↑) 이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뒤를 김범수 카카오 의장 94.7%(4조6천800억원 ↑), 조현준 효성 회장 93.9%↑(6천600억원 ↑), 정몽진 KCC 회장 82.1%↑(2천600억원 ↑) 순으로 최근 6개월 새 주식재산을 50% 넘게 불린 것으로 파악됐다.
6월 말 기준 50대 그룹 총수 중 주식재산 1조 클럽에 가입한 인원은 1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 초 11명, 3월 말 12명보다 더 많아진 숫자다. 6월 말 기준 그룹 총수 주식재산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의 주식재산은 15조5천500억원을 넘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9조6천300억원 이상으로 2위를 차지했다. 3~5위에는 각각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4조6천400억원),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4조2천100억원), 최태원 SK 회장(3조6천600억원)이 톱5에 포함됐다.
이 외 ▲방준혁 넷마블 의장(2조7천700억원) ▲구광모 LG그룹 회장(2조5천700억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2조5천500억원)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2조원)은 주식재산 2조원을 상회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아산재단 이사장(1조4천800억 원) ▲이재현 CJ 회장(1조4천200억원) ▲조현준 효성 회장(1조3천800억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1조1천800억원)은 1조원대 주식재산을 보유 중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지분 상속 이후 삼성 오너일가의 주식재산은 최근 2개월 새 2천600억원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은 4월 말 15조6천100억원이었는데 6월 말에는 600억원 정도 줄었다. 이 외 홍라희 여사 900억원 ↓(4월 말 11조4천300억원→6월 말 11조3천300억원), 이부진 사장 500억원 ↓(7조7천800억원→7조7천200억원), 이서현 이사장 400억원 ↓(7조2천100억원→7조1천700억원) 수준으로 삼성가의 지분가치가 소폭 하락했다.
또 삼성가 4명의 4월 말 합산 주식평가액은 42조500억원이었는데 6월 말에는 41조7천800억원으로 감소했다. 삼성가의 주식재산 변동으로 4월 말 기준 국내 주식부자 1~4위를 차지하던 주식판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이재용 부회장, 홍라희 여사 다음으로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3위를 꿰차며 주식판도를 바꿔놓았다.
조사 기준을 그룹 총수가 보유한 비상장사 주식 현황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국내 주식부자 1위 자리는 확 달라진다. 김범수 의장이 17조3천억원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제치고 국내 주식부자 서열 1위 왕관을 쓰게 된다. 김 의장은 상장사인 카카오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 이 주식 이외에 김 의장은 비상장사인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카카오 지분을 10% 넘게 보유 중이다. 이 지분까지 합치면 주식평가액만 17조원을 넘는다. 이와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의 주식재산은 14조1천억원 수준으로 국내 톱3에 올라선다.
이번 조사 대상 50개 그룹 총수가 보유한 주식종목은 100곳이 넘었다. 이 중 3월 말 대비 6월 말 2분기에 종가(終價) 기준 주식가치가 50% 넘게 크게 오른 종목은 7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두산은 3월 31일 4만9천950원이던 주가가 6월 30일에는 9만5천700원으로 91.6%나 퀀텀점프했다. 같은 기간 ▲두산중공업 83.5%(1만3천원→2만3천850원) ▲세아베스틸 70.9%(1만8천550원→3만1천700원) ▲삼성엔지니어링 70.7%(1만4천원→2만3천900원) ▲동국제강 62.6%(1만3천650원→2만2천200원) ▲코오롱생명과학 61.8%(1만9천750원→3만1천950원) ▲효성티앤씨 57.1%(57만3천원→90만원) 등도 올 2분기 주가 상승률이 상위권에 랭크된 것으로 파악됐다.
오일선 한국 CXO연구소장은 "코로나19가 본격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해는 상반기에 주식재산이 감소한 그룹 총수가 많았지만 올해는 거꾸로 증가한 경우가 많아져 1년 새 상황이 역전됐다"며 "특히 국내 50대 그룹 총수 중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출생자들이 많은데 이들의 경영 능력에 따라 향후 국내 주식부자 판도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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