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혜리 기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인공지능(AI) 기반 미디어 추천 서비스 이용자 보호 기본원칙'에 대해 'OTT 업계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방통위는 해당 원칙을 발표하며 OTT 사업자와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으나, OTT 사업자들은 관련 공청회가 개최된 이후에서야 원칙의 존재를 알게 됐으며, 결과적으로 사업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사업자들은 영업 비밀 침해, 역차별 이슈, 위험 수준별 접근 필요, 준수역량 미달 우려 등을 지적했다.
3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제27차 위원회를 열고 'AI 기반 미디어 추천 서비스 이용자 보호 기본원칙'을 상정, 의결했다.
해당 기본원칙은 최근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AI 기반 추천 서비스의 불투명성, 편향성 등이 문제로 지적되자, 해당 서비스의 투명성과 다원성을 확보하는 취지에서 서비스 제공자에게 권고되는 자율 규범이다.
투명성, 공정성, 책무성 등 3개 핵심 원칙을 바탕으로 ▲ 이용자를 위한 정보 공개 ▲ 이용자의 선택권 보장 ▲ 자율검증 실행 ▲ 불만 처리 및 분쟁 해결 ▲ 내부 규칙 제정 등 5대 실행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이용자를 위한 정보 공개 원칙을 통해 추천 서비스 제공자가 AI 기반 추천 시스템을 사용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이용자에게 실시간 문자 전송, 홈 화면 알림 등의 방법으로 통지 또는 표시하도록 했다.
또 추천 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소비·검색 이력, 콘텐츠별 조회 수, 연령, 성별 등 콘텐츠 자동 배열에 적용되는 주요 사항을 홈 화면 알림, 팝업창 고지, 약관 명시 등 이용자가 이해하기 쉽고 명확한 방법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이용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서는 콘텐츠 자동 배열에 적용된 주요 사항에 대한 선택·변경 기능을 이용자가 이용하기 쉬운 방식으로 제공토록 했고, 선택·변경 기능은 콘텐츠 유형, 소요 시간, 비용, 가용 기술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범위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방통위는 "정보 공개와 선택권 보장은 이용자에게 추천 서비스에 관한 기본 정보와 개인 설정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의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는 동시에 추천 서비스가 실제 선호와 필요에 따라 실행되도록 해, 추천 서비스의 본질적 기능을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청회 할때까지도 몰랐다…OTT의견 반영 안돼
해당 기본원칙이 의결되자, OTT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기본원칙에서 '추천 서비스 제공자'란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의 추천 시스템을 활용해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사업자를 말하기 때문에 OTT도 대상에 포함되나, 방통위가 해당 기본원칙을 도출하면서 OTT 업계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는 것.
OTT 업계 관계자는 "이미 기본원칙을 마련해 놓고 공청회를 할 때까지도 OTT 사업자들은 이런 원칙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사업자들이 반발을 하며, 따를 수 없다고 하니 방통위에서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방통위는 이번 기본원칙 마련을 위해 지난해부터 월 1회 전문가 협의회를 개최하고,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보호 민관협의회'에서 관련 기업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또 지난달 20일 산·학·연 관련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공개토론회를 한 이후에서야 같은 달 26일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등 OTT 사업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방통위와 만난 자리에서 OTT 사업자들은 해당 기본원칙 반대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이유는 영업 비밀 침해, 역차별 이슈, 위험 수준별 접근 필요, 준수역량 미달 우려(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이다.
또 다른 OTT 업계 관계자는 "AI 추천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기술적 구분이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며 "AI 기반이 아니고,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추천 서비스인데 그저 이용자에 인기 콘텐츠 추천 서비스가 제공되면 이것까지 포괄하게 되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원칙이 적용되면 이미 사별로 서비스 중인 추천 시스템을 아예 들어내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학계와 소비자·시민단체에서도 나왔다. 방통위 의견수렴과정에서 학계와 소비자·시민단체들은 이번 기본원칙에는 찬성했으나, 용어와 책임 주체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보완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효재 위원은 "사업자에서 역차별 지적 등이 있는데, 결국 정부가 간섭하거나 규제하는 툴로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이러한 걱정을 불식시킬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자들이 반발하는 부분에 있어서 조금 더 명확하게,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안형환 위원도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어, 사업자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이행지침을 만들어달라"고 사무처에 당부했다.
방통위는 올 하반기까지 콘텐츠 유형별, 수준별 등으로 기본원칙 이행 정도를 구체화한 실행 가이드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오는 7월 '추천 서비스 제공 사업자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후 사업자별 구체적인 모범 사례, 시행 후 변화 등을 담은 이행 지침으로 전문가 회의,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거칠 방침이다.
아울러 오는 2022년부터 매출액 등 일정 규모 이상 또는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업자를 우선으로 기본원칙 준수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송혜리 기자(chew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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