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즉시연금 미지급 관련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하면서 삼성생명의 재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은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에 이어 교보생명의 소송에서도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미지급금이 가장 많고 업계 1위사인 만큼 재판 결과와 이후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2단독 재판부(판사 유영일)는 교보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4명이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 생보사 줄패소에 시선은 삼성생명 재판으로…7~8월 중 최종 결론 나올 듯
즉시연금은 한꺼번에 보험료를 내면 보험사가 이를 운용해 매달 이익금(이자)을 연금처럼 지급하고 만기 때 원금을 돌려주는 보험상품이다.
지난 2018년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사들이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채 만기보험금으로 지급할 금액을 공제한 후 연금 월액을 산정했다는 이유로 즉시연금 가입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진행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도 보험사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지만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은 이를 거부했다. 당시 금감원이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 규모는 8천억원에 이르고, 16만명의 가입자가 관련됐다.
법원이 즉시연금 가입자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법원은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 소송에서도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1월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3단독 재판부는 미래에셋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2명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미지급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올 초에는 동양생명도 즉시연금 가입자 12명이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고, 원고에게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생보사들이 줄줄이 패소하면서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 보험사들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KB생명의 판결이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업계 1위 생보사이자 미지급금이 가장 많은 삼성생명의 재판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분쟁 규모는 4천300억원으로 전체 미지급금의 절반 수준이며,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850억원, 700억원이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열 번째 변론을 진행했다. 당초 지난해 10월 변론을 종결하고 올해 3월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삼성생명 측의 요구로 변론이 재개됐다. 이달 중 변론이 종료될 경우 7~8월 중으로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 NH농협생명만 유일하게 승소…업계"현재로선 불리하지만 최종 결론 장담 못해"
일각에서는 생보사들이 줄패소하자 이러한 흐름이 삼성생명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생명도 약관에 '연금 지급 시 만기환급금을 고려한다'는 내용이 없어 불리하다는 것이다.
현재 NH농협생명만이 유일하게 즉시연금 재판에서 승소한 상태다. 농협생명은 즉시연금 약관에 만기환급금 마련을 위한 연금액 차감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 있어 승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의 1심 판결이 나오자 금융소비자연맹은 "즉시연금 미지급 반환청구 공동소송의 연이은 원고 승소 판결은 사필귀정"이라며 "이후 진행되는 다른 보험사 공동소송건에서도 당연히 원고승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생명을 비롯한 다른 보험사들이 패소하더라도,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은 패소 이후 항소한 상태다. 교보생명도 판결 내용을 검토한 후에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흐름대로라면 삼성생명의 재판 역시 불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다만 각사의 약관에 명시된 내용이 일부 다르기 때문에 달리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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