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세계 3대 규모의 연기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이 "석탄채굴에 신규투자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히며 '탈석탄'을 선언했다. 이는 환경단체 등의 비판을 수용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한 발 다가선 셈이다. 뿐만아니라 국민연금은 오는 2022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ESG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들은 투자 받기가 어려워졌고, 소비자들까지 '착한기업' 제품을 소비하는 '가치소비' 경향이 짙어지면서 성장만을 위한 경영방식을 택한 기업은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됐다.
◆ ESG, 기업 생존위해 '선택' 아닌 '필수'
1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속가능 경영'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ESG 경영 도입에 따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은 지난 4월 기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10대 그룹 중 7개사(삼성·현대차·SK·롯데·포스코·한화·GS)가 ESG 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10대 그룹 ESG 최고책임자는 대부분 사장급이 맡았다. SK·LG·한화·GS·현대중공업은 사장, 삼성전자·포스코·KT·네이버는 부사장이 ESG를 맡고 있다.
사장과 부사장이 ESG 위원회를 책임지는데는, 이제 ESG가 기업 경영과 생존의 필수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ESG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투자를 받지 못함은 물론 기업 생산품까지도 규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4월 현대차·SK E&S·포스코에너지·한화에너지·GS에너지·두산중공업·효성중공업·E1·DL에너지 등 9개사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참여를 위한 에너지 연합체를 출범시켰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탄소 배출과 관련한 공동 연구에도 돌입했다.
효성그룹은 ESG 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재계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을 배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4천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해 전기차와 수소차 등 신규 친환경차량 개발비를 조달하며 내연 기관차에서 힘을 빼고 있다.
◆ '착한 기업' 찾는 '착한 소비자'
재계의 이 같은 움직임에 유통 기업들도 ESG 경영을 잇따라 선언했다.
롯데그룹은 제조 유통사들의 제품에서 플라스틱을 최소화 하는 '탈플라스틱'을 선언했다. 대표적으로 '조미김'이 담겨 있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거나 생수의 비닐 등을 없애며 환경보호에 나서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탄소 배출 저감 활동의 일환으로 국내 면세점 업계 최초로 보세운송 차량에 친환경 전기차를 도입했고, 롯데GRS는 '2025 With Us, For Earth' 캠페인을 통해 'No 빨대'·'No 플라스틱'과 전기바이크 도입 등 ESG 경영 전략 실현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한국맥도날드도 식재료 공급, 지역사회 연계, 일자리 등 4가지 부문에 ESG를 도입했다. 맥도날드는 플라스틱 뚜껑 제거로 플라스틱 사용을 연간 14t 줄였고, 지난해 업계 최초로 빨대가 필요 없는 '뚜껑이'를 도입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월 평균 4.3t 감소시켰다.
풀무원 올가홀푸드는 해양관리협의회(MSC)와 유엔글로벌콤팩트(UNGC)가 개최한 '해양수산부문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지속가능한 수산물을 가공과 유통하는 업체에게 부여하는 'MSC-COC(Chain of Custody) 인증'을 획득했다.
오비맥주도 '소비자와 미래 100년 이상 동행'이라는 기업 비전 아래 '100+ ESG경영 강화 선포식'을 열고 맥주 생산부터 포장, 운반, 소비 전 과정에 걸쳐 환경경영과 사회적책임 이행, 준법·투명경영 강화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이처럼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는 소비자들이 사회·환경적 가치를 중요시 하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ESG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산업계가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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