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철근 파동'으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타워크레인 노조의 총파업까지 이어지면서 이중고를 앓고 있다. 건설사는 통상 공사진행률에 맞춰 건설수익을 인식하기 때문에 자칫 2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톤(t)당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207.1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04.59달러)와 비교해 무려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이전 주인 5월28일(191.38달러)과 비교해서는 8.2%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철강 투기와 사재기를 단속하겠다며 수요 억제책을 발표하면서 한때 t당 237.57달러까지 올라갔던 가격은 지난달 말 190달러 초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철강 물량 부족 사태로 인해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는 배경에는 세계 각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인해 철강 수요가 급증하면서 재고가 소진되고 있는 이른바 초과수요 현상이 발생한 데 있다.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국인 호주와 수요국인 중국 간 갈등 장기화에 철광석 공급 불안이 확산되는 것도 철광석 사재기를 부추겼다.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면서 철강제품 가격도 껑충 뛰고 있다. 주택 건설 현장에서 흔히 쓰이는 10㎜두께 보통철근(D10㎜) 가격은 지난달 톤당 110만원을 기록했다. 철근의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연초 t당 70만원 수준에서 최근 100만원 수준으로 형성됐다.
장기 공급계약을 맺지 못한 중소 건설사의 현장부터 후폭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과 4월 두달 동안에만 철근이 없어 멈춰선 건설현장이 43곳에 달했다. 정부는 ▲철근 공급 확대 ▲공기연장 및 공사비 조정 지침 시달 ▲철근 구매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철강용 원자재와 철근의 신속통관을 지원하고 업계 협조로 철근업체의 설비보수를 연기하고 철근의 우선 생산과 수출물량의 내수 전환 등을 통해 국내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타워크레인 80% 가동 중단…장기화시 타격 불가피
설상가상으로 타워크레인 노조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전국 건축 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 작업은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대한건설협회와 국토교통부는 이날 전면 파업으로 전국 가동 중인 4천200여대의 크레인 가운데 약 83%(3천500여대)가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로써 서울 마포구 아현동, 강남구 개포동, 경기도 부천 등 전국 건설현장 곳곳에서 골조 작업이 중단되거나 지체됐다. 대부분 공사장은 다른 작업으로 대체하며 공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후속공정에 차질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건설노조는 소형 타워크레인이 대형 건설현장에 투입되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소형 타워크레인은 대형 크레인과 비교해 안전사고 우려 등이 크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안전기준 위반한 소형 타워크레인의 등록말소 명령을 내렸는데 여전히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노조가 요구하는 안전 관리 문제를 대부분 해소했다고 맞서고 있다. 건설업계는 노조가 소형 타워크레인으로 인해 자신들의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해 집단행동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강 수급 불안과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공기가 지연되면서 결국 건설업계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건설업계 피해뿐 아니라 아파트 입주지연, 건축물 시설물 품질 저하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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