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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 미룬 새 野 판도 급변… 안철수, 당분간 '제3지대' 남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7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과 합당을 뜸들이던 사이 야권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과 연쇄 접촉하면서 제1야당 합류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안 대표와 불편한 관계이자 당대당 통합에 부정적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최유력 당권주자로 약진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합당 주도권 및 지분 확보를 위해 당분간 제3지대에 남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조성우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조성우 기자]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지난달 정진석·권성동·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개별적으로 만났다. 현직 제1야당 의원들을 잇따라 접촉해 정치적 진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 등판 시점은 물론 국민의힘 입당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이어가고 있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자연 입당한다면 이는 국민의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추진될 합당 논의에서 부정적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국민의당이 윤 전 총장과 제3지대에서 연대하는 선택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앞서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양자 연대 가능성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정의와 공정이라는 시대 요구에 부합하는 인물"이라며 "시대적 요구와 시대정신에 함께 할 필요성은 당연히 유효하다" "국민의당은 여유를 갖고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윤 전 총장의 움직임을 보면 제3지대 잔류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 예비경선(컷오프)을 1위로 통과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중진 4명을 제치고 지지율 선두를 질주,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는 것도 악재다.

바른미래당 시절 안 대표와 한솥밥을 먹었던 이 전 최고위원은 2018년 보궐선거에서 공천 파동을 직접 겪었고, 2019년에는 사석에서 안 대표에게 욕설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 차원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후 이 전 최고위원은 일명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을 자처하며 안 대표의 정치 행보에 독설을 서슴지 않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사진=정소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사진=정소희 기자]

이 전 최고위원은 과거 발언 외에도 국민의당의 '당대당 통합' 입장에 부정적 의사를 견지하면서 안 대표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그는 지난달 20일 KBS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안 대표는 대중적 지지가 상당히 있는 훌륭한 대선 주자이고 자원이다. 꼭 저희 당과 함께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안 대표는 국민의당 전력의 99.9%다. 소 값은 후하게 쳐드리겠지만 갑자기 급조하고 계신 당협 조직이나 이런 것은 한 푼도 안 쳐드리겠다"고 선을 그었다.

안 대표가 4·7 보궐선거 이후 합당을 차일피일 미루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적 입지 축소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보궐선거가 야권 압승으로 귀결될 때만 해도 양당은 경선 과정에서 약속한대로 합당 절차를 밟을 것으로 관측됐다.

당시 당 대표 권한대행 신분이던 주호영 의원이 합당 속도전에 나선 것과 달리 안 대표는 당원 의견 수렴을 이유로 지난 4월 16일부터 25일까지 전국 시·도당 순회 간담회를 진행했다. 안 대표는 27일 '원칙 있는 통합'을 거론하며 사실상 당대당 통합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합당 논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로 밀린 뒤였다.

당시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윤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 고려하며 당원 의견 수렴을 빌미로 의도적인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12일 253개 지역구 지역위원장 공모에 나서면서 '합당 전 알박기' 논란을 촉발하기도 했다.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이 전 최고위원의 당 대표 당선,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현실화될 경우 안 대표는 합당 논의에 당력을 기울이기보다 제3지대에 머물며 자강에 집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합당을 미룬 이유는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의도였는데 이준석이라는 의외의 돌발 변수가 불거졌다"며 "이 전 최고위원이 당 대표가 되면 다시 생각해야 할 지점들이 많아진다. 지분을 챙겨주는 것 자체가 구태정치다. (지분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안 대표의 지지율이 윤 전 총장보다 높다면 특별히 모실 수 있겠지만 지금 들어올 주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그는 n분의 1에 불과하다. 주요 변수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어쩔 수 없이 제3지대에 남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합당은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갈등 여지는 있어도 결국 정권교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합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안 대표는 범중도보수층에서 고정적 지지를 가진 인물"이라며 "대선이 임박하면 임박할수록 몸값은 올라갈 수 있다. 안 대표도 서둘러 합당할 이유는 없지만 목표가 대선인 만큼 국민의힘이라는 가장 큰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대선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합당은 이뤄진다. 국민의힘은 안철수의 중도 이미지가, 국민의당은 세력이 필요하다"며 "안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김종인 전 위원장이 있을 때도 서울시장 단일화는 됐다. 필요에 의해 되는 것이다. 이준석 당 대표가 나와도 합당은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우선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와 이 전 최고위원, 윤 전 총장의 움직임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이 상황을 지켜볼 뿐"이라며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우리 당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우리도 공당인데 돈이나 조직이 있으면 무조건 흡수되는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윤 전 총장이나 이 전 최고위원은 아직 검증 전이다. 야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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