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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웅 vs 메디톡스 수백억대 '8년 보톡스 전쟁'…최종 승자는


양사, 국제무역위원회 입장 발표에 아전인수 해석…'이전투구식' 홍보전

대웅제약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실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실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웅제약]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로 일단락된 줄 알았던 8년 동안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보톡스)' 분쟁이 또 다시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관련 분쟁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ITC 최종 결정 효력이 유지될지 여부를 놓고 자신의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연이어 배포하며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두 기업은 미국과 국내에서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8년 째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의 소송은 5년 동안 1심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톡스 전쟁' 1차전의 최종 결론은 미국 '연방항소순회법원'(CAFC)에서 결정날 예정이다. CAFC는 주로 연방지방법원 등의 판결에 불복하거나 행정관리의 명령에 불복하여 항소한 사건을 심의하는 기관이다.

앞서 ITC는 최종결정에서 대웅제약에 공정기술 침해로 21개월 미국 수입 금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CAFC에 ITC 최종 결정을 무효화해 달라는 항소를 제기했다. 이후 ITC가 항소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ITC 최종 결정의 무효화도 유력해졌다는 게 대웅제약 측의 주장이다.

반면 메디톡스는 항소가 기각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미국 연방항소순회법원(항소법원)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피고일 뿐이며, 항소 기각 의견을 개진한 것 또한 의례적 절차일 뿐"이라며, "ITC의 의견이 배척된 미국 판례가 존재하기 때문에 대웅과 ITC의 항소 기각(MOOT)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간 치열한 소송전…왜

이 두 기업이 이처럼 8년 동안 치열한 싸움을 이어간 배경은 무엇일까. 분쟁의 중심에 '보톨리눔 균주'가 있다. 보툴리눔 균은 지금까지 밝혀진 지구상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독이다. 단 1g만으로도 100만 명 이상을 죽일 수 있는 치명적인 균이지만 극소량으로 주름개선 등 미용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명 보톡스 제품을 만들려면 우선 보툴리눔 균이 필요하다. 균은 자연계에서 발견을 하거가 보유 기관으로부터 적법한 절차를 거쳐 분양 받아야 한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분쟁은 2016년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대웅제약 '나보타'의 균주 출처 의혹을 제기하면서 공식화됐다.

대웅제약이 2014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출시하자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균주를 불법 취득했다고 주장하면서 균주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메디톡스는 퇴사한 전 직원이 대웅제약으로 이직하면서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전체 제조공정의 기술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 측은 2006년 경기 용인의 한 마구간에 나보타의 균주를 발견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은 자연계에 존재하긴 하지만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균은 아니고 보툴리눔 균을 발견하더라도 상용화까지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며 해당 내용을 믿지 않았다.

이후 메디톡스는 2017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지적 재산권 반환과 관련하여 소장을 접수하면서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2019년 1월에는 미국 앨러간과 함께 ITC에 대웅제약과 미국 에볼루스를 제소하면서 법정 공방은 ITC 소송으로 확대됐다.

ITC 소송 결론은 표면적으로 '메디톡스'의 승리로 판결났다. 지난해 12월 ITC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판단,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 명령과 함께 현지에서 나보타를 유통하고 있는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에 판매 및 유통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수입 금지 기간이 10년에서 대폭 줄었기 때문에 대웅제약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다시 대웅제약이 항소하며 CAFC의 결론을 기다리게 된 상황이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CI [사진=아이뉴스24 DB]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CI [사진=아이뉴스24 DB]

◆ 소송비 수백억원의 '진흙탕 싸움'…누가 이겨도 두 회사 출혈 불가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지속 중인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 분쟁 2막은 이미 시작됐다. ITC 판결에서 다뤘던 증거가 최근 국내 법원에 제출됐으므로 국내 소송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은 서울중앙지법에서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 기술 도용 건에 대한 1심 공판에 참여한다.

대웅제약 측은 국내 소송에 집중해 그간의 오해와 법적 분쟁 등을 마무리하고 무고함을 밝힐 방침이다. 메디톡스 측은 국내 소송 승소를 통해 손해배상 및 균주, 관련 기술에 대한 반환, 나보타 생산분에 대한 폐기 등에 힘쓸 계획이다.

미국과 국내에서 모두 어떤 판결이 나더라도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는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대웅제약은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한 지 1년 만에 미국 시장 판매중단 위기에 몰렸다. 메디톡스와 엘러간 등이 일부 합의하며 여지가 남아있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미국 시장 내 보톡스 판매 상황은 바뀔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탓에 성형외과들도 연쇄 셧다운 돼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올린데다, 소송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증권업계는 대웅제약이 9개월간 300억원 이상을 균주 분쟁 소송에 쏟아부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미국에서 올린 매출 전부를 소송 비용으로 쓴 셈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톡스'를 상용화한 메디톡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주' 등 5개 품목에 대해 지난해 허가를 취소했다. 취소 대상은 메디톡신주, 메디톡신주50단위, 메디톡신주150단위, 200단위, 코어톡스주 등 5개 품목이다.

식약처는 앞서 지난 6월 허가받지 않은 원액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메디톡신 3개 품목에 대해 잠정 제조·판매·사용을 중지하고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해외 수출용 제품에 대해서도 허가를 취소했다. 메디톡스는 즉각 행정소송을 내 판매중단은 막았지만, 본안소송에서 패소하면 사실상 메디톡신은 국내외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업계에서는 결국 두 회사의 출혈로 미국 제약사 앨러간만 이득을 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두 회사는 막대한 소송 비용 뿐 아니라 서로 견제에 힘쓰느라 FDA 승인 후에도 미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등 피해가 큰 상황"이라며 "대웅제약이 미국 판로가 막히고, 메디톡신이 시장에서 퇴출되면 결국 미국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엘러간과 애브비만 웃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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