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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면 기류 바뀐 文…광복절 특사로 나올까


'반도체 경쟁력 강화' 연일 강조하며 물밑 작업 돌입한 듯…국민 64%도 '찬성'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충분히 국민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K-반도체 전략 보고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삼성전자 반도체 시설을 찾으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던 청와대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감안해 판단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고, 최근 진행한 이 부회장 사면론과 관련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3명 중 2명 비율로 '사면 찬성' 의사를 밝혔던 만큼 사면 가능성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사면할 경우 이르면 오는 8월 광복절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 세계 반도체 경쟁 격화 속 사면론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달라진 입장과 국민 공감대 형성, 이 부회장을 통한 백신 확보 측면을 고려해서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이미 이 사건의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한 차례 구속수감된 바 있어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이 없으면 남은 수감 기간을 채우고 내년 7월에 만기 출소하게 된다.

정·재계와 종교계 등에선 전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사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난달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지난주까지 선을 그으며 완강한 입장을 보였지만 이번주부터 문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의 위기 극복을 앞세워 태도에 변화를 주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끝낸 후 자리로 향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현장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끝낸 후 자리로 향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출입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두고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 가지 형평성이라든지 과거의 선례라든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여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였다.

또 사흘 뒤인 지난 13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 방문해 "세계 주요 경쟁기업들이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연대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사업장을 방문해 이 같이 강조한 것을 두고 물밑 작업에 돌입한 것이란 해석도 내놨다.

여기에 최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도 문 대통령의 사면 결정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 모습이다. 국민 3명 중 2명 비율로 사면을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만 18세 이상 1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4%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27%, 모름·무응답은 9%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미국이 자국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사면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상무부는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직전 글로벌 반도체 기업 CEO(최고경영자)를 초청해 반도체 공급 부족 관련 화상회의를 진행할 예정으로, 삼성전자도 이번에 초대를 받았다. 지난달에도 삼성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한 '반도체 CEO 서밋'에 참석했지만,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놨던 인텔, TSMC 등 경쟁사들과 달리 오너 부재 여파로 의사 결정이 늦어지면서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재계에선 반도체 공조를 놓고 한미 정부가 조율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삼성전자의 파격적 투자가 결정돼야 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를 두고 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글로벌 반도체 전쟁 대응은 물론, 백신 외교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문 대통령이 '기업 투자가 적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던 만큼 현재 분위기에서 본인의 고유 권한인 사면을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여러 그룹 총수들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전례가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오는 8월 사면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나오기 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가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 부회장 한 명만을 대상으로 하는 '원포인트 사면'이 될 수도 있을 듯 하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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