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선] 저작권법 항의, 정당성 획득이 먼저

"제 블로그에 있는 게시물마다 노래를 링크시켜왔거든요. 이제 그 게시물들을 다 비공개로 전환하고 있어요. 삭제하긴 아깝잖아요"

저작권법 강화와 관련해 인터넷이 시끌벅적한 요즘 만난 어느 블로거가 한 말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음악 파일 하나는 링크시켜 놓는 것이 당연했던 만큼 저작권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우선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16일 발효된 개정 저작권법의 내용은 절대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음악을 올리는 것은 불법'이라는 내용이 아니다. 다만 가수와 공연자, 음반제작자들에게 권리를 하나 더 부여한 것 뿐이다.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음악 등 콘텐츠를 게재하거나 주고 받는 것은 원래부터 불법이었다. 다만 네티즌이 그것을 인식하고 있지 못했을 뿐이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소리바다와 같은 P2P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과 영화 등을 주고 받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네티즌도 있었다.

만약 어느 레코드 전문점에서 CD 한장을 훔쳤다고 생각하자. 음악을 듣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지 않고 CD를 그냥 들고 나온 것이다. 아마도 이에 대해 모든 사람들은 '법을 어겼다'고 말할 것이다. 네티즌들이 흔히 주고 받는 음악 파일도 이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돈을 지불하지 않고 누군가의 창작물을 듣겠다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포털 게시판과 문화부 홈페이지 등에서는 분노하는 네티즌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주장을 펼치는 네티즌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가 잘못해왔다'는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네티즌들은 '만약 정말 양질의 음악을 만들어 내면 알아서 돈을 내고 음반을 구매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음악이 수준이 높거나 낮은 것은 문제가 아니다. 만약 수준이 낮다면 소비자는 그것을 '불매'함으로써 항의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노래 가사를 게재하는 것 조차 불법이라니 너무하다'라는 네티즌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네티즌은 '너무하다' 이상의 주장을 펼칠 수가 없다. 노래의 가사 역시 누군가의 창작물이며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이라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네티즌들이 모두 한 목소리를 낸다 해도 그 목소리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은 네티즌이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옷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것과 음악을 만들어 소비자 앞에 선보이는 것은 똑같은 일이다. 돈을 지불하고 옷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악 역시 그에 합당한 가격을 내고 소유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누군가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창작물은 돈을 내고 소비하자. 그래야만 정당하게 그것의 질과 수준에 대해 불평할 수 있다. 먼저 '콘텐츠는 공짜다'라는 인식을 버리자. 그런 후에야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저작권법 항목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