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3년 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부임은 파격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모피아로 점철됐던 금감원장 자리에 진보학자이자 교수 출신인 윤 원장을 앉혀 금융권과의 유착을 끊어내겠단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이에 부응하듯 윤 원장은 금융개혁과 금융소비자보호를 기치로 3년을 달려왔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란 비판 속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적 분식회계'란 결론을 이끌어낸 건 신호탄이었다. 종합검사를 4년 만에 부활시켜 수익성에만 치중했던 금융회사에 내부통제에 대한 경종을 울렸고, 건전성 감독과 검사란 금감원 본연의 역할을 강화했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를 이슈화하고, 금융당국의 역할로 정립한 건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윤석헌호(號) 금감원은 즉시연금과 암 보험금 지급 권고, 라임·옵티머스 펀드 전액배상 결론까지 금융소비자를 대신해 금융회사와 싸우는 역할을 자처했다. 금융당국으로선 사실상 새로운 영역으로의 업무 확장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10년 만에 국회를 통과해 올해 시행되기까지 윤 원장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그의 임기가 이제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내달 7일이면 윤 원장은 역대 13명의 금감원장 중 임기를 꼬박 채운 세 번째 주인공이 된다. 하지만 임기만료를 앞둔 인사치곤 안팎의 분위기가 흉흉하다. 금융회사 제재에 대한 비판으로 '금감원 책임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 과(過)였다면, 지난 2월 정기인사에서 채용비리 연루자가 승진한 이후 금감원 노조가 등을 돌린 건 윤 원장의 연임설을 불식시킨 결정타였다.
금감원 노조는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에 더해 청와대 특별감찰까지 요구하며 윤 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취임 당시 환영의 뜻을 밝히며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 온 노조였기에 상처와 충격은 더 컸다. 뒤늦게 윤 원장이 노조위원장과 면담하고 부원장들이 호소문을 내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되레 형사고발 검토까지 언급되는 등 반발 수위만 높아졌다.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났지만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대로라면 윤 원장은 노사갈등을 풀지 못한 채 금감원을 떠나야 한다.
역대 금감원장들은 유독 중도사퇴가 많았다. 그만큼 금감원이 외풍에 취약하단 방증이다. 윤 원장도 그간의 부침 속에서 몇 번의 퇴진설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위기를 넘기며 꿋꿋이 자리를 지켜낸 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윤 원장이 쏘아 올린 금융개혁과 금융소비자보호란 노고가 내부갈등으로 묻히는 건 너무 아깝다. 지난 3년을 동고동락한 직원들과 등을 지고 끝내는 것도 서글픈 일이다. '유종의 미'를 위해 지금이라도 윤 원장과 노사가 마주 앉길 바란다.
/한수연 기자(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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