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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딸기우유 색소, 연지벌레 없이 만든다


KAIST, 미생물 이용한 천연 붉은 색소 생산 기술 최초 개발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딸기우유, 사탕 등 식품이나 매니큐어, 립스틱 같은 화장품에 붉은 색을 내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천연 색소인 '카르민산'은 페루, 카나리아 제도 등 중남미 지역의 선인장에 기생하는 연지벌레를 추출해 만든다.

하지만 연지벌레에서 추출한 카르민산 기반의 색소는 과다 섭취할 경우 알레르기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벌레 추출물을 섭취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서 몇몇 프랜차이즈 업체는 카르민산 사용을 중단하고 대체 식용색소를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연지벌레로부터 카르민산을 추출해 색소로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며 천연 색소라고 부르기 어려울 만큼 여러 단계의 반응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연지벌레를 사용하지 않는 카르민산 생산법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카르민산 생합성 경로의 일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곰팡이를 제외한 다른 미생물에서는 카르민산 생산이 보고된 적이 없었다.

8일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은 폐목재나 잡초 등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바이오매스의 주원료인 포도당에서 카르민산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포도당을 단일 탄소원으로 사용해 카르민산을 생산하는 미생물 균주를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연구팀은 이 연구과정에서 개발한 방법으로 알로에 추출 미백제인 알로에신 생산에도 세계 최초로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다양한 천연물 생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4월 2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 Production of carminic acid by metabolically engineered Escherichia coli. 저자 : 이상엽(교신저자), 양동수(제1저자), 장우대(제2저자, 이상 KAIST))

포도당으로부터 카르민산 생합성 경로 개요도. 생화학 반응 분석 및 가상 시뮬레이션 기반 효소 개량을 통해 카르민산 생합성 경로를 규명, 대사공학적으로 개량된 대장균을 통해 카르민산을 성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KAIST 제공]
포도당으로부터 카르민산 생합성 경로 개요도. 생화학 반응 분석 및 가상 시뮬레이션 기반 효소 개량을 통해 카르민산 생합성 경로를 규명, 대사공학적으로 개량된 대장균을 통해 카르민산을 성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KAIST 제공]

연구팀은 우선 타입 II 폴리케타이드 생합성 효소를 최적화해 카르민산의 전구체(전 단계의 물질)를 생산하는 대장균 균주를 구축했다. 하지만 남은 두 단계의 반응을 수행하기 위한 효소가 아직 발굴되지 않았거나 대장균 내에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생화학 반응 분석을 통해 카르민산 생산을 위한 효소 후보군을 선정한 후 세포 배양 실험을 통해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효소들을 찾아냈다.

이렇게 선정된 효소 2종을 대상으로 3차원 단백질 구조와 결합 메커니즘을 예측하기 위한 컴퓨터 가상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장 활성이 뛰어난 효소를 아미노산 서열 조작 기법으로 개량했다. 이를 통해 포도당으로부터 카르민산을 생산하는 대장균 균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한 대사공학 및 가상 시뮬레이션 기반 효소 개량 전략은 생산경로가 규명되지 않은 다른 천연물의 생산에도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C-글리코실 전이효소를 적용해 카르민산 뿐만 아니라 알로에로부터 생산 가능했던 미백제인 알로에신 생산에도 세계 최초로 성공함으로써 이를 증명했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시스템 대사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다. 그동안 시스템 대사공학으로 다양한 생분해성고분자와 바이오연료, 바이오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가 "그동안 규명되지 않았던 카르민산 생합성 경로를 완전히 밝혀내고, 연지벌레를 사용하지 않는 카르민산 생산 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특히 천연물 생산의 고질적인 문제인 효소 발굴과 개량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이번 기술을 활용해 의학적 또는 영양학적으로 중요한 다양한 천연물을 고효율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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