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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개인 맞춤형 암 치료 가능할까


카이스트 연구팀, 백혈병 항암 화학요법 치료제 메커니즘 규명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암은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치료됐는가 싶으면 재발한다. 재발 이후 여러 곳으로 전이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개인 맞춤형 암 치료 연구에 의과학자들이 뛰어들고 있다.

국내 연구팀이 급성골수성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과 골수이형성증후군(Myelodysplastic syndromes) 치료에 사용되는 항암 화학 치료제 중 하나인 데시타빈(decitabine)의 인체 내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항암제 효과가 있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구별해 낼 수 있는 유전자 발굴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환자별로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면 환자들이 치료에 드는 경제적 지출과 시간적 소비를 확연하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DNA 탈메틸화제를 이용한 화학 항암요법 메커니즘 모식도. [자료=카이스트]
DNA 탈메틸화제를 이용한 화학 항암요법 메커니즘 모식도. [자료=카이스트]

KAIST(총장 이광형)는 생명화학공학과 김유식 교수와 서울대병원 혈액암센터 홍준식 교수 공동 연구팀이 항암 화학치료에서 작용하는 주요 인자를 찾아냈다고 7일 발표했다.

데시타빈과 같은 DNA 탈메틸화제(DNA demethylating agent)는 DNA 복제과정에 참여한다. DNA상에 존재하는 메틸기(-CH₃)를 제거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암세포에는 일반 세포보다 많은 양의 DNA가 메틸화돼 있다. 이는 DNA에서 RNA를 생성하는 전사 과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에 탈메틸화제 처리를 하면 DNA상에 메틸기가 제거돼 세포 내에 수많은 종류의 RNA들이 생성된다.

이렇게 데시타빈에 의해 조절되는 RNA 중에는 이중나선 RNA (double-stranded RNA, dsRNA)가 있다. 원래 dsRNA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많이 생산된다. 인간 세포는 바이러스에서 유래된 dsRNA를 외부 물질로 인지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특이하게도 dsRNA를 인지하는 인간의 선천성 면역반응 시스템은 핵산 서열 정보를 무시한 채 dsRNA의 길이나 말단 형태와 같은 구조적 특징을 이용해 dsRNA와 반응한다. 이와 같은 특징 때문에 꼭 바이러스에서 유래된 dsRNA가 아니라 체내에서 생성된 dsRNA 또한 외부 물질로 오인돼 비정상적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암 치료에서는 DNA 탈메틸화제 처리로 dsRNA의 발현량을 증가시키고 이는 dsRNA에 의한 면역 활성으로 이어져 암세포만의 세포사멸이 일어난다.

연구팀은 이러한 데시타빈에 의한 dsRNA 발현증가, dsRNA에 의한 세포사멸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연구했다. DNA 탈메틸화제를 투여받은 환자 중 많은 수의 환자가 약물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dsRNA와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dsRNA 결합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dsRNA와 직접 결합해 dsRNA의 안정성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스타우펜1(Staufen1)’이 데시타빈에 의한 세포 반응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했다. Staufen1의 발현이 억제된 세포에서는 dsRNA가 빠르게 제거돼 하위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암세포도 죽지 않았다.

연구팀은 데시타빈 뿐만 아니라 아자시티딘(azacitidine)과 같은 DNA 탈메틸화제를 투여받은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골수이형성증후군 환자 46명의 골수추출액에서 Staufen1 유전자의 발현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약물의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서는 Staufen1의 발현이 유의미하게 감소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Staufen1의 발현이 낮은 환자는 생존율(overall survival)과 무진행 생존율(progression-free survival)이 모두 낮아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유식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단순 데시타빈 항암제의 작용기전 규명을 넘어서 실제 데시타빈을 투여받은 환자의 검체에서도 그 효과를 검증했다”며 “이번에 찾은 유전자의 바이오마커화를 통해 데시타빈과 아자시티딘과 같은 DNA 탈메틸화제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어 개인 맞춤형 암 치료전략을 마련하는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구용석 학생, 서울대병원 박주환 연구원, KAIST 조령은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논문명: Noncanonical immune response to the inhibition of DNA methylation via stabilization of endogenous retrovirus dsRNAs)는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30일 자에 실렸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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