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및 특허침해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달 들어 소송전의 키를 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연이어 SK이노측에 유리한 결정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LG엔솔과 수조원대 규모 합의안을 둘러싼 향후 협상의 부담감도 이전보다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3일 양사 배터리 관련 소송을 진행중인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엔솔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소송을 취소해달라는 LG측 요청을 기각했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과정과 마찬가지로 증거자료 상당 부분을 SK이노측이 고의적으로 파기했다는 LG엔솔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바로 전날 ITC는 LG엔솔측이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 예비결정에서 SK이노측이 특허를 침해한 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ITC는 이 사건에 대한 최종결정을 오는 8월에 내린다. 예비결정의 기본 취지는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엔솔과 ITC, 미 연방법원, 국내 법원을 상대로 양사 배터리 관련 동시다발 소송을 진행 중이다. LG엔솔이 2019년 4월 SK이노측의 대규모 인력 빼가기를 통한 영업비밀 침해를 ITC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게 시작이다.
여기에 SK이노가 LG엔솔을 특허침해로 제소, LG엔솔이 똑같이 특허침해로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현재 ITC에서만 3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선 별도로 LG엔솔이 SK이노를 검찰, 경찰에 산업기술 유출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사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2월 ITC가 본안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엔솔의 손을 들어주면서 LG엔솔과 별도 합의가 없을 경우 SK이노측이 10년간 미국 내 배터리 제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판결했다. 양사의 수조원대 규모 합의안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SK이노가 최근 ITC의 두 결정에 기대를 갖는 배경이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매출액은 34조1천645억원, 영업손실은 2조5천688억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경기 침체로 주력인 정유사업 부문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결과다. SK이노 관계자는 "지난해 배터리 부문 매출액이 2조원이 채 안 된다"며 "배터리가 아직 집중 투자가 필요한 신사업이라 손익분기점을 넘긴 업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유는 가장 큰 배터리 시장인 전기차 분야가 아직까지 형성 단계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대대적인 전기차 경쟁을 예고하고 있지만 아직은 내연기관 차량이 지배적이다. 그 때문에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분야도 초기 단계다.
SK이노의 경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 내 진출을 위해 두 개 공장을 증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수요에 대비하려면 생산설비에 매년 4조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LG엔솔측은 "피해 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도록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LG엔솔측이 SK이노측에 요구한 합의안 관련 배상금 규모는 최소 3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측에선 이를 사실상 '배터리 사업 포기 종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타협의 여지도 그만큼 적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ITC가 최근 결정에서 SK이노측 손을 들어주면서 합의안과 관련, 그간 수세였던 SK측 주장도 힘이 실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LG엔솔측은 ITC의 결정과 관련 "포렌식 등으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남은 특허 소송 절차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엔솔을 상대로 특허침해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 주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석근 기자(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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