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재영 기자]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으로 한숨을 돌린 손해보험사들이 다시 고민에 빠졌다. 자동차 정비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정비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정비요금이 인상되면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국토교통부, 보험업계와 정비업계로 구성된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가 첫 회의를 가졌다. 당초 지난해 12월 첫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3개월 가량 연기됐었다.
◆ 정비업계, 정비요금 8.2% 인상 요구…수용 시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는 지난해 10월 시행된 개정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구성됐다. 그간 정비요금은 국토부가 업계 의견 등을 수렴한 뒤 결정 및 공표했지만 법 개정으로 인해 이제는 정비업계와 보험업계가 정비요금에 대해 각자 의견을 내고 소비자단체를 포함한 공익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협의가 이뤄진다.
이날 정비업계는 정비요금 8.2% 인상을 요구했다. 그간 최저임금이 인상됐고 물가 상승으로 운영경비 부담도 늘어났지만 정비요금은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제자리라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는 정비요금이 인상될 경우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비요금이 인상되면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지급 보험금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비업계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2~5% 가량의 보험료 인상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보험료 인상 요인 산적했지만 여론·당국 눈치에 '벙어리 냉가슴'
정비요금 인상 요구에 손보사들은 근심에 빠진 모습이다. 그간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에서 만성적자에 시달려왔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의 반사이익으로 손해율이 개선되며 잠시나마 한숨을 돌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 대비 7.2%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비요금 인상 압박까지 더해지자 보험료 인상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실은 전년 대비 줄어들긴 했지만 약 3천8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손보사들은 정비요금 인상 압박 외에도 최근 한방 진료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부담에도 시달리고 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손해보험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방 진료비는 1조1천8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8% 늘었고, 지난 2015년(3천576억원)과 비교하면 3배나 급증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사고가 전년(776만8천244건)보다 60만건 넘게 줄어들었음에도 한방 진료비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양방 진료비는 2.1%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한방 진료비 급증의 원인으로 일부 한방 의료기관과 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꼽았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손해율도 다시 치솟을 우려가 있다. 최근 금감원은 손보사들이 일시적인 손해율 하락으로 실적이 개선됐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손해율이 재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손보사들은 보험료를 올리기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올해 들어 실손보험료가 대폭 인상됐기 때문이다. 실손보험료 인상으로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된 상황 속에서 자동차보험료까지 올리긴 버겁고 당국 역시 이를 좌시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시장 점유율이 낮은 중소형사 위주로 자동차보험료를 올렸고 대형사들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됐지만 이는 지난 2019년이 최악이었기 때문"이라며 "정비요금 인상 압박과 한방 진료비 증가 등 각종 인상 요인들을 고려하면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지만 국민 여론과 당국 입장도 고려해야 하기에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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