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미국에서 빅테크의 규제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반독점규제의 불확실성이 중장기적으로 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과 같은 빅테크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려 향후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빅테크의 독과점이 기술 혁신과 소비자에게 영향을 끼치는 만큼 향후 미국에서 반독점 규제는 더욱 강화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한국은행은 해외경제포커스를 통해 '미국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규제 현황과 파급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이같이 분석했다.
한은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 최근 경쟁정책의 철학의 변화 조짐 등으로 향후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규제는 더욱 강하게 추진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하원이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4개 빅테크에 대한 독과점 상황을 조사한 후, 기업들이 경쟁기업 인수·합병(M&A)이나 외부판매자의 콘텐츠 탈취 등과 같은 불공정행위로 기업가정신을 훼손하고 소비자권익과 언론자유, 사생활 등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미국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FTC)는 하원의 조사 결과와 자체 수사 결과에 기초해 주·지방 검찰과 공동으로 구글과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독점소송을 제기했다.
한은은 "규제 관련 불확실성은 중장기적으로 빅테크의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독점규제는 신규 기업의 시장 진입장벽을 완화해 혁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빅테크의 혁신 인센티브를 억제할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10년간 미국의 5대 빅테크인 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구글·아마존·애플은 10억달러 규모 이상의 대형 인수합병 계약을 25건이나 체결했다.
미국 빅테크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전세계 기업들 중 최상위권이다. 2019년 기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R&D 투자 규모는 애플이 5위, 페이스북이 7위를 기록했다. 미국내 특허 출원수에서 5대 빅테크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4%로 2011년 1.5%에 비해 높아졌다.
하지만 반독점규제가 강화되면 5대 빅테크가 규제당국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인수합병을 자제하고, 기업 혁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규제 때문에 5대 빅테크가 인수합병을 줄이면 상대적으로 시장지배력은 종전보다 크게 확대하거나 기업의 혁신 드라이브에는 장애물이 되겠지만, 규모가 작거나 신생 기업의 시장 진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반독점규제가 강화되면 빅테크의 인수·합병(M&A) 거래 시도도 감소할 것으로 보여 우수한 혁신 역량을 보유한 스타트업·중소기업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한은은 "시장지배력 약화에만 치중한 규제는 거대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플랫폼 산업의 사업 모델을 훼손시켜 기업의 투자 의욕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빅테크의 반독점 규제가 소비자에게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한은은 "반독점 규제가 네트워크 효과를 저해해 소비자 후생을 제약할 우려는 있어도 시장구조 왜곡을 완화하는 측면에서는 소비자 후생 증진에는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은은 미국의 빅테크 규제가 도입되기까지 시간은 걸려도 궁극적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독과점 규제 조치는 입법과 소송에 장기간이 소요되는되다 규제를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않아 소송 결과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미국 당국의 집행력이 강화될 경우 규제 대상과 강도가 산업 전반에 걸쳐 확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반독점 규제 강화 움직임은 우리나라 기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미국 정부와 의회의 반독점 규제 강화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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