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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 갈등 심화되자…'배틀패스' 부상


지난해부터 국내 게임에 순차적 도입 시작…MMORPG와의 결합은 숙제

넥슨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 적용된 배틀패스의 모습.
넥슨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 적용된 배틀패스의 모습.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연초 게임업계에 불거진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확률적 요소를 따지지 않는 '배틀패스'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간 게임사들이 자율규제로 진행해 왔던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상황에 따라 임의로 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게임사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BM)로 자리잡은 확률형 아이템이 도덕적 문제에 휩싸이면서 확률적 요소를 거의 따지지 않는 '배틀패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이유다.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데브시스터즈 등이 자사 게임에 배틀패스를 도입했다. 배틀패스는 일정한 조건을 채우면 이용자들에게 추가 보상을 제공하는 형태의 상품이다.

출석 일수를 채우거나 게임 내 퀘스트를 수행 또는 일정 금액을 내는 등 조건을 충족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대개 게임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보상이 돌아오는 구조다. 시즌제로 운영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배틀패스가 등장한다.

무료 배틀패스와 유료 배틀패스를 나눠 구성 아이템에 차별을 두기도 한다. 유료 배틀패스는 시즌별로 돈을 지불하는 형태와 매월 돈을 지불해 구독하는 형태 등으로 나뉜다.

기존에는 주로 해외 게임에 적용됐다. '도타2'를 시작으로 라이엇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전략적 팀 전투(TFT)',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 슈퍼셀 '클래시 오브 클랜'·'클래시 로얄' 등에 배틀패스 시스템이 도입됐다. 국내 게임 중에서는 펍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2018년 '로얄 패스'라는 배틀패스 형태의 상품을 내놓았고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도 2019년 '에픽패스'를 선보였다.

라이엇게임즈 '발로란트'에 적용된 배틀패스. [사진=라이엇게임즈]
라이엇게임즈 '발로란트'에 적용된 배틀패스. [사진=라이엇게임즈]

국내 게임사들도 배틀패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넥슨의 '서든어택'·'던전앤파이터'·'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등을 비롯해 넷마블 'A3: 스틸얼라이브', 카카오게임즈 '가디언테일즈',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쿠키런 킹덤'이 배틀패스를 선보인 대표적인 게임들이다.

배틀패스의 도입이 활발해지는 곳은 한국만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게임리파이너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모바일게임 시장 상위 100개 게임 중 배틀패스를 채택한 게임은 전체 40%에 달했다. 지난 2019년 4분기 20%에 비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전반적으로 배틀패스 적용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게임 플레이와 직접 연계돼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동기부여를 주는 측면이 있다"라며 "게임사들도 배틀패스 도입 이후 실제로 수익이 눈에 띄게 늘어난 사례가 많고 시즌이 거듭되면서 배틀패스 이용자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배틀패스의 한계점도 없지 않다. 국내에서 확률형 아이템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장르는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인데, 주로 시즌제로 진행되는 배틀패스의 구조상 다른 게임 장르에 비해 게임 제작 비용이 많이 들고 대규모 업데이트가 잦은 MMORPG의 BM으로 안착시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MMORPG의 특성상 같은 아이템이라도 이용자별로 가치가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일률적으로 같은 배틀패스를 제공하기가 까다롭다. 자칫 고급 아이템을 시즌패스에 포함할 경우 기존의 게임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배틀패스가 활발히 도입된 장르는 FPS(1인칭슈팅게임),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등이 꼽히는데 이들은 MMORPG와는 게임성이 완전히 다르다는 평가다. MMORPG에 배틀패스를 도입한 A3: 스틸얼라이브의 사례가 있지만, 게임 내 배틀로얄 요소를 결합했기 때문에 이 같은 BM 구축이 그나마 용이했다는 것이 넷마블 측의 설명이다.

그래도 일각에서는 꾸준히 MMORPG에도 배틀패스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애니게임학과 연구진은 지난해 7월 한국컴퓨터정보학회를 통해 'MMORPG에 적합한 배틀패스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배틀패스를 메인 패스와 서브 패스로 나눌 것을 제안한다"며 "메인 패스가 기존 배틀패스의 역할을 한다면, 서브 패스를 통해 추가적으로 더 보상을 얻고 싶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MMORPG는 밸런스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외형 아이템 외에도 장비·재료 등 다양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결국 이용자들의 수준에 맞춰 각각 다른 보상을 제공하는 수밖에 없으며 그런 만큼 여러 개의 서브 패스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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