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동학개미가 달라졌다. 그간 주가가 출렁일 때마다 저가 매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줍줍'하며 유동성 장세를 주도한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들어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쪼그라든 투자자예탁금과 증시 거래대금도 이 같은 경향을 잘 보여준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하루 만에 3.5% 급등한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1조9천36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던졌다. 이는 개인 일일 순매도 규모로 역대 최대다.
이는 지수가 등락을 거듭하며 조정 우려가 짙어진 이달 들어 심화된 현상이다. 실제 개인투자자는 코스피가 2900대까지 하락한 지난달 코스피 주식 22조3천379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달에는 전일 기준 4조6천593억원을 사들이는데 그쳤다. 감소금액만 무려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이달 마지막 거래일이자 아직 집계가 안 된 이날을 제외해도 개인 순매수 물량은 한 달 새 7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기성 자금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현 증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도 연일 감소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앞서 지난달 12일 74조5천55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은 증권계좌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1일 68조2천911억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전일 64조6천89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동학개미의 매수세가 지지부진해진 것은 지난달 44조원까지 증가했다 급감 중인 주식시장 전체 거래대금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일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은 각각 17조2천139억원, 13조6천241억원으로 총 30조8천381억원에 그쳤다. 이날 코스피가 3% 이상 오른 상승장에서도 거래대금은 지난달 정점(44조원)은 물론 평균치인 42조964억원에도 한참 못 미친 것이다.
◆ 美 금리 급등이 차익실현 빌미 제공…"변동성 확대"
이는 그간 지수가 소폭 하락하며 조정을 받을 때마다 '물 만난 고기'처럼 주식을 집중 매수하던 동학개미들의 패턴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내 증시에 아직 상승동력이 있다고 판단하지만, 그간 횡보 장세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피로도 또한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주식전략 연구원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그에 따른 긴축 우려가 투자자들에게는 차익 실현의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수급 움직임에 따라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 연구원은 "지금 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증시의 할인율 부담을 높이고 있다"며 "다행히 실적 모멘텀은 강화되고 있지만, 금리 등 비용 변수가 부각되고 있어 분할 매수 대응이 권고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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