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으로 한국은행과 금융위의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법안에 담긴 지급결제제도의 손질 문제는 결국 국회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논란의 중심인 전금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있고, 지급결제제도 등에 대한 한은의 권한 강화를 담은 한국은행법 개정안은 다음달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될 전망이다.
지급결제제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금법 개정안과 한은법 개정안의 법안이 상충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어느 한 쪽의 법안 내용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힘겨루기가 이제 국회 기재위와 정무위로 공이 넘어간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쟁이 금융결제원의 관할권에 대한 한은과 금융위의 밥그릇 싸움에서 비롯됐다고 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빅테크·핀테크에 대한 소비자보호 장치를 두고 어느 쪽이 더 합당한 주장을 하는가에 따라 명분의 우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한은 vs 금융위 '밥그릇' 싸움…이제 국회로 공 넘어간다
금융권과 국회 등에 따르면 이달 초 기재위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은의 지금결제업무에 대한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위의 주도로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국회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지급결제제도 권한 강화를 담은 한은법 개정안 등은 3월에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 국회 기재위와 정무위의 전문위원들이 각각 정무위에 상정된 전금법 개정안과 기재위에 상정될 것으로 기대되는 한은법 개정안 등을 서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의 한은법 개정안은 지급결제제도와 관련해 한은의 역할과 책임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한은이 금융결제원 등 민간의 자금결제제도 운영기관과 참가기관을 지정·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고, 한은에 위험관리기준 제정권, 점검, 시정 요구권 등 정책 수단을 부여해 한은에 힘을 실어줬다.
이 법안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에 한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한은법 개정안에 비해서는 다소 완화된 법안으로 일종의 '중재안'이라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금융위가 주도적으로 추진해 정무위 소속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과는 여전히 배치된다.
전금법 개정안은 빅테크와 핀테크의 금융업 진입 장벽을 낮추는 법안으로 디지털금융을 육성하기 위한 규제 완화를 해주되, 그에 맞는 규제를 만들어 관리·감독하자는 취지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도입, 간편결제의 소액후불결제 허용 등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해,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와 핀테크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결제와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관리하고, 결제정보를 의무적으로 외부 청산기관에 맡기기로 했다.
지급결제제도는 현금, 카드, 모바일결제 등 다양한 결제수단의 '지급→청산→결제'을 포괄하는 개념인데, 이 중 청산은 지급과 결제 사이의 과정이다. 불특정 다수가 금융기관 등을 통해서 하루에도 수십만건의 결제를 일일이 계산하기 어렵기에,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하루 단위로 발생한 모든 거래의 총액의 차이를 계산해 서로의 차액만 결제하는 것을 말한다. 청산을 거쳐야 완전히 결제까지 마무리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한은 금융망을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최종 책임은 한은이 지게 돼 있다.
전금법 개정안에는 금융결제원 등을 외부청산기관으로 삼고 금융위가 청산기관의 허가·감시·감독·규제 권한을 갖는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금결원 등 청산 기관의 관할은 금융위가 맡겠다는 얘기다.
이는 그동안 한은의 관할권이었던 금결원과 지급결제시스템 관리가 금융위로 넘어간다는 얘기나 다름없어 두 기관의 갈등이 날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지급결제제도는 한은 고유의 업무로 이미 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금융위가 일부만 가져가면 향후 지급결제제도의 최종 책임 소지 문제가 생긴다"며 "이 법안들은 정무위와 기재위 등에서 논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해 어느 한쪽은 폐기하고 다른 법안에 내용을 담는 등 수정가결을 하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법 개정안과 전금법 개정안이 모두 기재위와 정무위를 통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조정안이 필요해 법안이 통과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지급결제제도 손질, 명분은 누가 갖고 있나?…결국은 '소비자보호의 방법론'
전금법 개정안을 내놓은 금융위는 네이버, 카카오를 통한 결제, 송금이 많아진만큼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새롭게 만들어 금결원과 같은 공신력있는 외부청산기관을 두고 빅테크·핀테크 결제 데이터를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한은은 충분한 예치금 제도나 빅테크 기업의 자체의 데이터 저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으로 굳이 새롭게 청산업을 만들어 한은의 고유업무를 떼어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정부가 소비자의 결제 데이터를 금결원 등 외부청산기관에서 수집·관리하는 것은 개인정보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결국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 진입 시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보호 장치를 마련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전금법 개정안은 뉴딜정책과도 얽힌 정부의 의지가 담긴 법안이어서 국회에서도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금융위가 발표한 ‘디지털 금융 종합혁신방안’에서 뼈대를 가져왔으며, ‘디지털뉴딜 10대 입법과제 31개 법안’ 중 하나다.
이효정 기자 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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