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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맞은 윤종원 기업은행장 "사모펀드·노사관계 풀어가기 어려웠다"


"디스커버리 보상, 금감원 분조위 통해서…법 개정돼야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간담회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IBK기업은행]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간담회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IBK기업은행]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취임 1년을 맞아 사모펀드 문제와 노사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향후 '디스커버리 펀드' 보상과 관련된 문제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풀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해선 관련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도입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18일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서면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행장은 지난 해 1월 29일 26대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 "디스커버리 펀드, 분조위 통해 보상"…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어려울 듯

취임 1주년 소회를 묻는 질문에 윤 행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직원들과 함심해 최선을 다했던 점이 보람있었다"라며 "다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마음이 무거우며 앞으로도 국책은행의 소임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특히 어려웠던 점으로 사모펀드 사태와 노사관계를 들었다. 윤 행장은 지난 해 노조의 반대로 임기 시작 후 26일만에 취임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과거 발생한 자금세탁방지 이슈, 사모펀드 문제 등이 표출돼 어려움이 야기됐고 노사관계 또한 건설적으로 풀어나가는 데 힘든 점이 많았다"라며 "직원들과 함께 차근차근 풀어왔으며 앞으로 성숙한 노사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하겠다"라고 말했다.

디스커버리 펀드 보상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절차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은 지난 해 고객 불편 해소 차원에서 은행권 최초로 투자원금의 50%를 선가지급한 바 있다. 피해자 측은 자율보상(사적화해)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행장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적화해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지 않으려면 금융투자 관련 법령에서 정한 '자기책임원칙'을 지켜야 한다"라며 "자기책임원칙에 따른 사적화해를 하려면 당사자간 책임 범위에 대한 객관성 확보가 중요한데, 그를 담보할 수 있는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 절차를 통해 손실 보상이 진행되는 게 합리적 방안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기업은행은 사모펀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 해 5월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분리·독립 시키고, 그해 7월 자산관리 컨트롤 타워를 신설했다. 금융상품 판매 시 해피콜을 강화했고, 판매 절차가 규정에 맞게 처리가 되었는지 신규 서류, 녹취 내용 등을 소비자보호점검팀에서 상시 점검한다. 음성봇 녹취 시스템도 오는 3월 도입될 예정이다.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해선 관련 법의 개정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달 정관 개정을 통해 노조추천이사제 제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조추천이사제란 노동조합이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하는 제도로 노동자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노동이사제'의 과도기적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윤 행장은 "은행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금융위에 제청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직원(노조)을 포함하여 다양한 창구를 통해 의견을 듣고 있다"라면서도 "근로자추천이사제나 노동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으로서 관련 법률의 개정이 수반돼야 추진이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윤 행장은 다음 달 중 복수의 후보를 제청할 계획이다. 그는 "사외이사로의 선임 여부는 후보역량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특정후보가 자동 선임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라고 밝혔다.

◆ 순익 줄었지만 성장 기반 마련…"지주사 전환, 아직 실익 크지 않다"

지난 해 기업은행은 연결 기준 1조5천479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4.1% 줄어든 수준이다.

실적은 감소했지만 윤 행장은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실적은 감소했지만 선제적으로 적립한 충당금 규모(3천406억원)을 감안하면 대체로 양호한 실적이라고 평가한다"라며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중기 대출 공급을 크게 늘려 시장 점유율이 창립 이래 최고 수준인 23.1%로 확대됐고, 새롭게 유입된 26만7천명의 신규고객은 향후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에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코로나 위기 극복 지원에 주안점을 두는 한편 혁신경영의 성과를 가시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중소기업의 혁신성장 지원을 위해 '금융주치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모험자본 투자를 확대하는 등 혁신금융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주치의란 은행이 개별 기업의 경영·재무 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한 결과를 건강진단 차트처럼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은행은 금융지원뿐 아니라 비금융을 포함한 종합컨설팅을 선제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윤 행장은 '디지털'을 생존의 문제로 규정하고 올해 관련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 단순한 기술 도입과 데이터 적용문제가 아닌 '기업문화의 재창조'로 인식하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라며 "은행장 주재 디지털혁신위원회를 통해 디지털 전환이 자연스러운 기업은행 업무방식이 되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기업심사, 고객상담 등 은행 핵심분야의 디지털 전환, 빅테크·핀테크 제휴 등 디지털생태계 확충을 추진한다. 또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경우 기업은행의 주요 고객인 중소기업 최고경영자와 근로자의 수요에 맞게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주사 전환에 대해선 아직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윤 행장은 "지주회사 전환은 장·단점이 있어 실익이 문제점을 능가해야 추진이 가능한 사안이다"라면서 "지금은 코로나에 따른 피해 중소기업 지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이며, 당분간은 현 체제 내애서 자회사와의 상승효과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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