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현대차그룹과 애플이 '애플카' 개발 협력 논의를 중단했다. 현대차가 협력 논의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 '비밀주의'를 강조하는 애플의 심기를 거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8일 현대차는 공시를 통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같은 날 기아 역시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관련 다수의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전기차 협력설은 지난달 초 처음 알려졌다. 당시 현대차·기아는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히면서 애플과 논의 중인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이후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력 추진은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특히 기아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애플의 전기차 생산을 맡을 것이라는 등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처음 협력 논의 사실을 시인한지 한달여만에 협력 논의가 공식적으로 중단됐음을 알렸다. 앞서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을 통해 보도됐던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상 결렬설이 현실화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비밀리에 추진하던 애플카 프로젝트가 현대차그룹을 통해 언론에 알려진 것에 대해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애플은 현대차 이외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새롭게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애플과 협력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전기차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하지만 애플과의 협력이 진행될 경우 자칫 애플의 하청업체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 정책 등에서도 애플에 주도권을 뺏길 경우 현대차그룹 자체 모델은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격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애플카 생산 논의를 중단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해소된 셈이다.
다만 추후 논의가 재개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애플과 자율주행차 생산 협의를 중단했다"고 밝힌 만큼 전기차 생산 논의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비밀리에 협상을 추진하길 원하는 애플의 방침에 따라 시장의 관심이 잠잠해지면 조심스럽게 논의가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조건만 맞는다면 E-GMP 플랫폼을 공급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E-GMP 플랫폼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에서 "이미 여러 업체로부터 협력에 대한 문의를 받았고, 차량이 출시되면 앞으로 더 많은 업체들의 연락을 받게 될 것"이라며 "아직은 플랫폼 공유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과 애플이 새로운 방향에서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분야를 비롯해 수소차,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 분야에 대해 애플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협력업체가 공개되는 것을 꺼려하는 만큼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설이 공개된 것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애플카 출시까지는 5~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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