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옵티머스와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금융감독원이 판매사 경영진에 중징계 통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옵티머스 펀드 사무관리회사였던 한국예탁결제원도 '기관경고' 통보를 받으며 비상이 걸렸다.
예탁원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단순 계산 사무대행사에 불과했다"고 해명하며 책임론을 차단해 왔다. 그러나 공공기관인 예탁원이 펀드의 편입자산 대조 등 간단한 확인 절차도 이행하지 않아 사태를 키운 책임이 적지 않다는 책임론이 커지며 징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옵티머스 책임론과 관련해 법령 해석을 통해 사실상 예탁원에 면죄부를 준 금융위원회와 달리 금융감독원이 강한 징계 입장을 내비치고 있고, 최근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관련 금융계 수장들이 잇따라 중징계를 통보 받음에 따라 공공기관인 예탁원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8일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된 금융회사들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예탁원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 조치를, 관련 직원들에겐 감봉 조치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탁원 '기관경고' 중징계 통보에 당혹…18일 제재심서 공방 예상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수탁은행(펀드 자산의 매매와 돈 관리를 맡는 은행)인 하나은행은 그 동안 숱한 비판을 받아왔지만, 예탁원은 단순 사무관리회사인 점을 강조하며 책임론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공공기관인 예탁원의 책임론이 불거지자 이명호 예탁원 사장은 "무인 보관함에 폭발물이 보관돼 있다고 보관함 업체를 처벌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법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옵티머스 펀드를 대신해 일반 사무 업무를 수행한 예탁원과 관련해 "투자신탁의 기준가격 산정 등 업무를 위탁·수행하는 경우 '자본시장법'상 일반사무관리회사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령 해석을 내놓으며 예탁원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금융위의 해석과 달리 중징계를 통보하자 예탁원도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예탁원은 옵티머스 책임론을 강하게 부인해 왔고, 징계안이 확정된 것도 아닌 만큼 제재심에서 적극 해명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공방이 예상된다.
이 사장은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옵티머스 사태는 예탁원이 그동안 지원 대행 어무를 하며 꼼꼼히 챙기는 부분에서 부족함이 없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지금까지 금융당국의 조사 등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해왔고, 제재심에서 최선을 다해 소명하겠지만, 징계를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당연히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사무관리…검증책임無" vs "간단한 확인만 했어도 대규모 사기 불가"
예탁원은 2016년 4월 11일부터 지난해 5월21일까지 비상장회사인 라피크, 씨피엔에스,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등 사모사채를 부산항만공사, 한국토지주택 매출 채권 등으로 종목명을 바꿔 자산명세서에 기재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부동산, 대부업체들의 사모사채이름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바꿔준 것이다. 이에 예탁원은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초기부터 꾸준히 책임론이 제기돼 왔다.
예탁원은 "옵티머스가 투자계획서를 제출하면서 해당 자산 종목명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 내용을 확인해보니 사모사채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실질이 있고 복층구조라는 설명을 들어 옵티머스 측 요청대로 내용을 입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탁원은 그동안 자본시장법상 사무관리회사가 아닌 '단순 계산 사무대행사'에 불과해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검증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운용자산과 기준가 산정 자산을 대조해야 할 의무와 권한이 없다는 설명이다. 사무관리회사는 자산운용사의 위탁을 받아 펀드의 기준 가격 계산이나 투자 내역 정리 같은 행정 업무를 맡는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예탁원이 간단한 확인 절차만 수행했어도 옵티머스의 대규모 사기행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비판해 왔다. 사모사채 인수계약서를 보내면서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기재해달라는 요청이 일반적인 상황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 "개인 책임 묻지 않은 기관경고는 봐주기"…형평성 논란도
금감원은 오는 18일 예탁원과 함께 중징계 통보를 받은 NH투자증권,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제재를 확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예탁원이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 경고'를 받았지만, 다른 금융사들의 경우 최고경영책임자(CEO)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중징계가 내려지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처벌의 무게가 덜 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관(官)출신 이 사장에게는 솜방방이 처벌을 내리고, 업계 대표들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물은 게 아니냐는 불만이다. 이 사장은 행시 33회로 금융위 자본시장과장, 구조개선정책관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냈다.
금감원은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는 '3개월 직무정지'를 사전 통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직무 정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는 '문책 경고'를 통보했다.
KB증권의 경우 박정림 대표에 문책성 경고, 윤경은 전 대표에게 직무정지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신한금융투자는 김형진 전 대표가 직무정지, 김병철 전 대표가 주의적경고를 받았고,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투협 회장)은 직무정지를 받아 금융위 심의 중이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 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김종성 기자 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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