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숲은 인류에게 많은 것을 거저 준다. 지구 가열화(Heating)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숲은 흡수한다. 싱그러운 산소를 배출한다. 숲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숨쉬기 좋은 상쾌한 시간이 찾아온다. 숲의 공기는 인류에게 좋은 선물이다.
이 같은 숲의 기능이 최근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아마존 등 열대우림의 환경 파괴가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동안 숲의 정화 기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후변화 측이 지난 20년 동안 대기권에 탄소가 집중되는 데 있어 숲이 어떤 변화를 겪어 왔는지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번 시스템 마련에는 지상, 항공, 위성 데이터를 종합했고 국제 연구팀이 연합해 만든 성과물이다.
지구촌 탄소 순환을 알기 위해 과학자들은 숲의 여러 기능에 대해 분석해야 한다. 최근 연구결과 숲 중에서도 열대우림이 지구촌 탄소 변동에 가장 큰 요소임을 확인했다. 다른 그 어떤 유형의 숲보다 열대우림은 탄소를 더 많이 흡수했다. 최근 벌채 등 산림파괴로 열대우림의 탄소흡수 기능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알려져 있다시피 지난 100년 동안 인류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를 경제개발 에너지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많이 배출해 왔다. 지구에 이산화탄소는 늘 있었는데 최근 이산화탄소 증가는 자연적 현상이 아닌 인간 활동으로 빚어진 인위적 현상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15ppm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가 지구에서 확인된 시기는 약 300만 년 전이다. 당시 지구는 지금보다 섭씨 2도 높았다. 해수면은 10~20m 더 높은 상태였다.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환경이었다.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300만 년 지구와 같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자연적 현상이 아닌 인위적 요소로.
◆점점 기능 잃어가는 숲, 이산화탄소 흡수능력 떨어져
NASA 등이 최근 새롭게 마련한 ‘숲의 탄소 변동지도’는 숲이 이산화탄소 흡수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도이다. 웹 애플리케이션 ‘글로벌 숲 감시(Global Forest Watch)’ 등을 통해 마련됐고 전례 없는 상세한 탄소 변동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지도는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기로 선언한 다음 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는 행정 명령서에 사인했다.
연구팀의 분석 자료를 보면 숲은 지구 대기로부터 매년 약 150억6000만 메트릭톤(metric ton)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산림 벌채와 대형 산불 등으로 숲에서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도 증가하고 있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방출하는 양대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낸시 해리스(Nancy Harris)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숲 프로그램 박사는 “숲은 기후 시스템에 있어 2차선 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이산화탄소 흡수와 방출의 두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마련된 ‘숲의 탄소 변동지도’는 지상, 항공, 위성 데이터를 종합한 새로운 방법론이다. 그동안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표준안을 제시했음에도 국가마다 서로 달라 변동성이 컸다.
로라(Lola Fatoyinbo) NASA 박사는 “우리는 이번 시스템으로 불확실성을 줄이고 숲의 탄소흡수와 배출량을 정량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기존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많이 줄어 관련 과학자들에게 지구 탄소 순환에 대한 명확한 지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정책 입안자에게 객관적 정보가 제공돼 기후행동의 새로운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파란 하늘 빨간 지구’라는 책을 펴낸 조천호 대기과학자(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는 “어떤 기록이 한번 깨지면 우연이고, 몇 번 깨지면 추세이며, 매번 깨지면 그것은 변화로 부른다”며 “최근 지구 기후와 관련해 관련 기록이 계속 깨지고 있어 지구는 기후와 관련해 큰 변화에 휩싸여 있다”고 분석했다.
그 변화가 자연적이지 않고 인위적이라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고 진단했다. 기후행동에 나서기 위해서는 이 변화가 정확히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이다. 이번 ‘숲의 탄소 변동지도’는 그 시작의 하나이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