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도 5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회복하며 실적 회복에 신호탄을 쐈다.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만큼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 31조9천4억 원, 영업이익 5조126억 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18.2%, 영업이익은 84.3%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15% 증가한 7조9천662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8.3% 늘어난 9천659억 원을 거뒀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2%, 25.7% 감소한 수치다.
이는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는 실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실적 컨센서스(시장 평균치)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9천75억 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4조9천512억 원이었다.
가격 하락과 달러화 약세에도 3분기부터 이어진 모바일 수요 강세에 적극 대응하면서 전년보다 큰 폭의 실적 개선세를 이뤄내게 됐다.
제품별로는 D램 출하량은 전 분기보다 11% 증가했고, 평균판매가격은 7% 하락했다. 낸드플래시는 출하량이 8% 증가했고, 평균판매가격은 8% 떨어졌다.
노종원 SK하이닉스 경영지원 담당 부사장(CFO)은 "지난해 글로벌 팬데믹과 무역 갈등의 격화로 메모리 시장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며 "그런 중에도 당사는 D램 10나노급 3세대(1Z나노)와 낸드 128단 등 주력 제품을 안정적으로 양산했고,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서버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 시장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의 신규 데이터센터 투자로 서버향 제품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코로나19로 주춤했던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증가해 모바일 수요 역시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공급 측면은 업계의 공급량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모바일 기기의 고용량 제품 채용 증가, SSD 수요 강세와 함께 현재 업계 전반의 높은 재고 수준이 상반기 중 해소되면서 하반기부터 시황이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수요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전략 제품 매출 비중을 확대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할 방침이다. D램은 고성능 컴퓨팅, 인공지능(AI) 시스템 시장의 성장에 따라 HBM2E 등 고부가 제품 출하 비중을 늘리고, 낸드플래시는 128단 서버향 SSD 고객 인증을 추진하는 등 제품 다각화에 나선다. 또 기존 제품 대비 생산성이 개선된 D램 10나노급 4세대(1A나노)와 낸드플래시 176단 4D 제품을 연내 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올해부터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을 본격화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D램과 낸드플래시 사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해 인류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비전인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한 바 있다.
우선 인텔 낸드사업 부문 인수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고, M16 신규 팹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등 미래성장 기반을 적극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ESG 관점에서는 ESG경영위원회를 신설해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전략을 논의할 방침이다. 최근 SK하이닉스는 RE100(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 선언)에 가입하고 친환경사업 투자 용도의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등 ESG 경영 강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주당 배당금을 1천170원으로 결정했다. 주당 배당금은 1천 원을 최소 금액으로 고정하고 여기에 연간 창출되는 잉여현금흐름의 5%를 추가로 지급한다는 기존 배당 정책에 따라 정해졌다.
올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바일 고객사들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 보충이 본격화되면서 공급사들의 재고 수준이 충분히 낮아진 데다 주요 D램 공급사들의 캐파(생산능력)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 1분기 초부터 D램 가격 상승이 예상되며, 이는 당초 예상 반등 시점인 1분기 말 대비 2~3개월 앞당겨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 종료가 예상되나, 빈자리는 이미 주요 고객인 애플, 오포, 비보, 샤오미 등이 채우고 있다"며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낸드 부문에서 원가 경쟁력 혁신을 이뤘고, 176단 4D 낸드 양산 시 업계 상위권 수준의 원가 및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봤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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