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개인정보 유출'이란 말이 이른바 IT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소식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이를 보여주듯,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개인정보 침해 신고건수는 1만8천1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고 한다.
이 때문일까. 요즘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주변에서 자주 만나 볼 수 있다. 이들중 상당수는 "인터넷 들어가기가 겁이 난다"고 토로한다.
개인정보 유출은 갈수록 맹위를 떨치고 있다. 대기업 직원들이 고객정보를 빼내 돈을 받고 파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기관에서도 개인정보가 흘러나오는 상황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기업들은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서는 함량 미달의 인식을 갖고 있다.
책임 회피는 물론이고, 사고가 나고 그것도 외부에 알려져야만 부랴부랴 대비책 마련에 나서는 수준이다. 사실 대비책이라는 것도 일시 미봉책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근 정보통신부는 인터넷에 수천명의 주민번호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확인해보라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기자에겐 정통부 자료는 "확인 방법을 방법을 알려줬으니 할 만큼 했다"는 식으로 다가왔다. 유출 원인은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상에 주민번호가 떠돌아 다니는 것은 기업들의 사이트 관리 부실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는 회원가입시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관행과 맞물려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에게 확인해보라는 게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문제 해결 방식인가. 미봉책일 뿐이다.
기업들이 인터넷 사이트 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회원가입시 주민번호를 받는 관행을 없애지 않는 한, 주민번호 유출에 의한 피해는 커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기업들은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미봉책을 남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민번호 유출에 위한 사건사고 또한 확대일로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커지고 있는 반면 문제 해결 능력은 갖고 있지 않은 셈이다.
기자에겐 이같은 상황은 IT강국 한국이 위험한 디지털 사회로 가고 있는 불길한 징후들로 다가오고 있다.
위험한 디지털 사회는 사용자들로부터 버림받게 될 것이다.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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