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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이어지는 스포츠계 노크…이유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체험요소 강화에 스포츠팀 제격…접근 방식도 과거와 달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유통업계의 스포츠계 진출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축구단, 이(e)스포츠는 물론 신세계그룹의 SK와이번스 인수로 국내 최대의 리그인 프로야구에서도 유통업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26일 SK텔레콤으로부터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총 1천352억8천만 원이다.

이번 매각은 SK와이번스 내부 인력도 매각 전까지 정확한 소식을 공유받지 못할 만큼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금까지 밝혀진 인수 조건에 따르면 비교적 순조롭게 인수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은 계열사인 이마트를 통해 SK와이번스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또 야구단 연고지는 인천으로 유지하고, 코치진·선수단·프런트 전원의 고용 승계도 약속했다. 과거 SK와이번스가 쌍방울 레이더스를 인수할 당시와 같이 연고지 이전 등의 이슈는 없는 셈이다. 신세계는 다음달 23일 본게약을 마치고 구단 이름과 엠블럼, 캐릭터 등을 확정해 오는 3월 중 새로운 팀을 공식 출범시킬 방침이다.

◆ 기업 시각 달라진 프로스포츠…신세계, 시너지 효과 기대감 고조

예나 지금이나 프로스포츠단 운영은 기업에게 '수익성' 측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평가받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들 뿐더러, 1년 내내 발생하는 산발적 이슈로 인해 기업 이미지 소모에 대한 피로감도 높기 때문이다. 이에 과거 여러 프로스포츠 리그가 창설될 시 정부가 직접 나서 기업에게 구단 운영을 종용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리그가 안정적 운영 체계를 갖추자 시장의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프로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무시할 수 없는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이에 기업과 밀착해 있는 소비재·유통 기업의 프로스포츠 시장 노크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야구단을 운영한 바 있는 아모레퍼시픽(구 태평양), 쌍방울과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NC소프트가 대표적 사례다.

신세계의 이마트를 통한 SK와이번스 인수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이다. 다만 이번 인수를 주도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프로야구단 운영이 과거와 같이 '홍보를 위한 투자'라기보다는 실제 사업과의 시너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이 과거 사례와 차별화된다.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했다.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했다.

이마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해 '체험' 요소를 강화해 위기를 돌파해내는 성과를 낸 바 있다. 체험을 중심으로 리뉴얼된 이마트타운 월계점 등의 점포는 고객의 발걸음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또 SSG닷컴과의 온·오프라인 시너지 전략이 실질적 수익성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와 있다.

이 같은 상황 속 이번 SK와이번스 인수는 '현장성' 차원에서의 시너지를 크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이다. 이마트가 SK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오랜 기간 스폰서십을 이어온 만큼 새 구단에 대한 팬들의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음은 물론, 구장 내부에 신세계 계열사를 대거 입점시켜 '신세계 타운'을 구축해 프로야구와 사업 사이의 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 유통업계, 스포츠계 노크 지속될 듯…"시너지 가장 클 것"

현재까지 제기되고 있는 예상에 따르면 신세계의 SK와이번스 인수는 나름의 전략적 구상이 바탕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신세계에 앞서 스포츠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농심은 지난해 연말 리그 오브 레전드(LOL) 이스포츠단 '농심 레드포스'를 창단했다. 팀명에서부터 신라면을 상징하는 붉은색에 군단의 의미를 담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았고, 로고에도 붉은색이 사용됐다. 이에 앞서 농심은 2016년 창단한 LOL 프로팀 '팀 다이나믹스'를 인수하며 창단 사전 작업을 벌인 바 있다.

농심의 LOL 이스포츠단 창단 역시 단순 투자보다는 실질적 홍보 효과 및 수익성이 담보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평이다. 이스포츠 시장이 글로벌을 중심으로 지속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은 물론, 현재 LOL 한국 리그(LCK)의 운영 방식이 승강제 없이 운영되고 있어 지속적인 브랜드 노출 및 중계권료, 스폰서 수익 등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심 레드포스 창단은 단순 투자를 넘어 홍보효과 및 수익성 등에 대한 고려의 결과로 알려졌다. [사진=농심]
농심 레드포스 창단은 단순 투자를 넘어 홍보효과 및 수익성 등에 대한 고려의 결과로 알려졌다. [사진=농심]

농심에 앞서 프로축구단을 창단한 이랜드그룹도 장기간의 계획 아래 창단을 진행했다. 2014년 창단 당시 '자립형 프로축구단'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과거 기업 프로스포츠단의 운영 방식 대신 복합적 콘텐츠로 자체 비즈니스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또 유소년시스템 투자 등 지속적인 클럽 브랜드 관리 작업에도 착수하겠다고 강조했으며, 이 같은 구상은 점진적 성적 향상과 함께 현재까지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업계는 유통 기업의 스포츠계 노크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프로야구단과 같이 덩치가 큰 구단을 운영하는 유통 기업의 출현은 어려울 수 있지만,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이스포츠 등 분야에서는 유통 기업 입장에서도 충분히 '승부수'를 던져볼 만큼 시장이 성장해 있다는 평이다. 또 현재까지 창단된 유통 프로스포츠단과 같이 다양한 방식의 사업적 고려 및 접근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딩과 체험성 등이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스포츠단에 뛰어드는 것도 과거와 달리 기업이 일방적 '투자'를 하는 것과 다른 개념으로 접근하는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라며 "SK와이번스 인수와 같은 큰 움직임은 당분간 없겠지만, 다방면의 스폰서십 체결 등 스포츠계에 대한 유통업계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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