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구광모 회장 체제 4년 차에 접어든 LG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앞세워 사업 재편에 본격 나섰다. 첫 타자로 그동안 '계륵'으로 여겨지던 스마트폰 사업이 정리 대상 1순위에 오른 반면, 전장·AI·로봇 등 미래 먹거리에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20일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부의 매각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권 사장은 "MC 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할 필요없다"고 언급했으나, 시장에선 사실상 매각설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권 사장이 이같이 나선 것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 증권 토론방 등을 통해 LG전자가 MC사업본부를 매각할 것이란 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임직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LG전자가 MC사업본부 매각과 관련해 1월 말께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MC사업본부 직원 중 60%를 타 사업부로 이동시키고 30%는 잔류시키는 대신 10%가량은 희망퇴직을 받을 것이란 구체적인 인력 조정 얘기가 나오면서 매각설은 더 힘을 받았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두고 고민하게 된 것은 실적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영업적자가 5조 원 규모에 달한 데다 지난해에만 스마트폰 사업으로 8천억~9천억 원가량의 영업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MC사업본부의 영업손실이 없었다면 LG전자는 지난해 전체 사업에서 4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년 영업이익은 잠정실적상 3조1천918억 원을 기록했다. MC사업본부가 지난 5년간 기록한 연평균 적자는 9천억 원가량이다.
이에 내부에선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들도 나왔다. 특히 지난해 전략 제품으로 내걸었던 '벨벳'과 'LG 윙'의 부진이 뼈아팠다. 특히 지난해 10월 출시된 'LG 윙'은 이형 폼팩터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에 비해 국내 누적 판매량이 10만 대에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실망감을 키웠다.
LG전자 관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LG전자 MC사업본부의 보유 자산은 베트남을 중심으로 중국, 브라질, 인도에 있는 스마트폰 공장, 본사 인력, 지식재산권(IP) 등이 있다"며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비보와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 협상을 벌이다 결렬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 만큼 해외 업체에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듯 보인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이번 일로 구 회장이 사업 재편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는 평가다. 구 회장은 회장 취임 후 기존 가전·화학 등 주력 사업 외에 전장·인공지능(AI)·로봇·전기차 배터리 등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관련 기업 인수와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전장 사업과 관련해선 눈에 띄는 성과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LG전자가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1조 원(약 10억 달러) 규모의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고 발표한 후 부터다. 오는 27일에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와 조인트벤처 '알루토(Alluto)'도 출범시켜 전장사업의 한 축인 인포테인먼트 사업 경쟁력도 한층 더 강화시킬 예정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시장에선 이를 담당하는 LG전자 VS 사업본부가 오는 3분기께 사상 첫 매출 2조 원을 돌파하며 영업이익이 흑자전환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적자 행진은 올해 3분기께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권 사장은 "LG는 자동차 산업을 미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핵심 중 하나로 보고 있다"며 "이미 모빌리티 분야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부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파워트레인, 차량용디스플레이, 차량 통신·조명용 부품을 아우르는 종합 전장 회사로 변신에 성공했다"며 "자율주행차가 미래사업으로 급부상한 환경 속에 각 계열사들이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구 회장은 AI와 로봇 사업에도 최근 공 들이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첫 해인 지난 2018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5개 계열사는 공동 출자해 'LG테크놀로지벤처스'라는 기업 벤처캐피탈(CVC)을 설립, AI를 비롯한 로봇·자율주행 등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국내 AI 스타트업인 '아크릴'의 지분 일부를 취득해 눈길을 끌었다. 아크릴은 감성인식 분야에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여기에 구 회장은 최근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인공지능 전담 조직인 'LG AI 연구원'을 세우고, '구글브레인' 출신인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를 영입했다. 그룹 차원에서 AI 사업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다.
기존 주력 사업 강화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7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TV 광고·콘텐츠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인 '알폰소'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알폰소 인수를 통해 TV를 만들어 내다 파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TV 콘텐츠 분야로 수익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촌인 구본준 고문의 계열분리를 앞두고 구 회장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앞세워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는 듯 하다"며 "연료전지, 수처리, LCD 편광판에 이어 스마트폰 사업도 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사업부를 매각할 경우 그 매각대금은 전장과 로봇, AI 등 미래 먹거리 투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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