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여느 때와 같이 이메일 수신함을 확인하던 중이었다. '고객님 카드 포인트가 곧 소멸됩니다'라는 편지가 눈길을 끌었다. 평소 자주 사용하던 카드사가 보낸 이메일인데, 내년 7월까지 622포인트가 소멸 예정이란다. "뭐 얼마 안 되네. 당장 쓸 수도 없고 귀찮으니까 그냥 두자"며 넘어가려다 문득 든 생각. "다른 카드 포인트도 많을 텐데, 그냥 놔두긴 너무 아깝지 않나?"
7일 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통합조회 계좌입금을 통해 올해부터 여러 카드사에 잠자고 있는 카드 포인트를 한 번에 은행 계좌로 이체하는 게 가능해졌다. 모든 카드사 포인트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정비됐음에도, 절차 등의 이유로 좀처럼 소멸 포인트 규모가 줄지 않자 금융당국, 여신금융협회, 카드회사들이 특단의 대책을 낸 것이다.
사실 카드사 포인트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는 2012년도에 이미 나왔다. 하지만 포인트를 현금화해 계좌로 이체하는 건 다른 얘기. 분산된 포인트를 현금화하려면 개별 카드사의 앱을 모두 설치한 후 계좌 이체를 신청해야 했다.
국내 전업 카드사는 모두 8곳. 지방은행 등에서 발급하는 카드까지 치면 수없이 많다. 하나의 카드만 사용하는 시대는 이미 저문지 오래다. 어느 세월에 일일이 앱을 실행하고 계좌로 이체할지 한숨만 나온다.
계좌 이체 서비스는 금융 소비자의 이같이 가려운 점을 긁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과연 정부의 말대로 얼마나 편리한지 7일 아이뉴스24가 직접 '카드 포인트 통합조회·계좌이체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11개 카드사 포인트 현황 한 눈에, 모두 내 계좌로 입금 가능
우선 포털에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통합조회 계좌입금'을 검색한 후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리고 메인 화면에 큼지막하게 나와있는 '통합조회&계좌입금'을 눌렀다.
이후엔 홈페이지에서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등에 대한 동의' '휴대폰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니 '위임장' 동의 탭이 나왔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 앞 개인정보 열람 요구 권한을 여신금융협회에 위임한다는 내용이다. 동의 버튼을 누르고 주민등록번호를 인증했다.
인증 절차를 마치고, 포인트 조회를 눌러봤다. 11개 카드사(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롯데, 삼성, 현대, 비씨, NH농협, 씨티, 우체국)별 보유 포인트 현황이 알아보기 쉬운 표로 쫘르륵 나왔다. 보유하지 않은 카드사의 경우 '자사 회원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나도 모르는 포인트가 이 정도나 있었나. 포인트가 적립되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었다. 큰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썩혀두기엔 아까운 수준이었다. 살면서 다시 이 홈페이지에 접속할 일이 몇 번이나 있겠나 싶었다.
모을 포인트는 모으고 곧 소멸 예정인 것들은 계좌로 옮기기로 했다. 화면 우측하단에 '포인트 계좌입금 신청'을 누르고, 은행명·계좌번호·생년월일 등을 정보를 입력했다. 신청 결과를 확인해달라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창을 닫았다. 마땅히 내가 사용할 권리가 있는 포인트임에도, 괜히 꽁돈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모바일 환경에서도 당연히 포인트 계좌이체가 가능하다. 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인포' 앱을 설치한 후 메인 화면에서 '카드포인트 현금화' 버튼을 누르면 된다.
◆국민적 관심 몰린 포인트 계좌이체 서비스, 첫날부터 시스템 먹통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말 기준 19개 카드사에 싸인 회원들의 포인트는 모두 3조5천432억원. 포인트의 유효기간은 5년이라, 그 안에 쓰지 못하면 소멸된다. 2019년말 기준 카드 포인트 소멸액은 1천171억원으로 2015년 대비 159억원 줄었다. 당국과 업계의 노력으로 소멸액은 매년 줄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한 규모다.
그 때문이었을까. 지난 5일 오전 11시 개시된 계좌 이체 서비스는 불과 3시간 만에 '먹통'이 됐다.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며 여신금융협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7일 오후 3시 기준,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서는 계좌 이체 서비스에 접속이 가능하다. 간헐적으로 끊기긴 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통한 접속은 아직 어려운 상태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서비스 시행 초기라 이용자 분들이 많이 몰렸는데, 이번 주말부터는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시스템을 정상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