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9부 능선을 넘으면서 재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기업들의 간곡한 호소에도 정치권이 그동안 경영계가 요청한 핵심 사항을 대부분 반영하지 않고 법안 제정을 강행하고 있어서다.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7일 오전 회의를 열고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정의당이 법안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지 27일 만이다.
이날 의결된 제정안에 따르면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시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노동자들이 여러 명 다치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경영책임자가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 벌금형을, 법인이나 기관은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 법 시행 유예기간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3년이 주어졌고,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경영책임자의 범위는 대표이사 또는 안전관리이사로 정해졌고, 공무원 처벌 부분은 제외됐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대재해를 발생시켰을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원청 기업이 용역·도급 계약을 맺은 하청 기업 직원의 사고에 대한 책임도 공동으로 지는 방안도 확정됐다. 법 시행은 법안 공포 후 1년 뒤로 잡혔으며, 오는 8일 국회에서 이를 통과시킬 방침이다.
이에 경영계는 강한 유감을 드러내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이 정치적 고려만을 우선 시하면서 그간 경영계가 요청한 핵심사항을 대부분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이 법안이 여전히 징역형의 하한(1년 이상)이 설정돼 있고, 법인에 대한 벌칙수준도 매우 과도한 데다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한 경우 처벌에 대한 면책규정도 없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최고의 처벌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헌법과 형법상의 과잉금지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도 위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제계는 ▲중대산업재해 정의를 '다수의 사망자가 반복해서 발생한 경우'로 수정할 것 ▲경영책임자에 대한 하한설정의 징역형(1년 이상) 규정 삭제해 상한만 규정할 것 ▲경영책임자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한 경우 또는 의무위반의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면책규정 마련 ▲법인에 대한 벌금수준 하향 및 징벌적 손해배상책임 3배 이내로 제한 ▲중소기업에 대한 법시행 유예 시 원청의 책임규정 적용제외 등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경영책임자와 원청에게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과도한 의무를 부과하고, 사고 발생 시 기계적으로 중한 형벌을 부여하는 법률제정에 대해 기업들은 공포감과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다"며 "지금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할 때가 아니라 예방활동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산업안전예방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법안이 현행 최고 수준인 산안법에 더해 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특별제정법임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심도 있는 논의 없이 단기간에 입법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불합리한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법사위 전체회의, 본회의 상정 등의 추가적인 입법절차를 중단하고, 경영계 입장도 함께 반영된 합헌적·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해줄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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