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올 한해를 돌아보면서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감독 역량을 강화와 함께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내년에는 금융감독 방향으로 금융소비자보호와 포용금융을 등을 강화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31일 윤 원장은 신년사에서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서 "지난 2014년과 2015년 당시 사모펀드 규제완화가 논의될 때 우리가 좀 더 소신껏 ‘브레이크’를 밟았어야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러지를 못했다"며 "스스로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고 앞으로는 감독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상시감시체계 정비 등을 통해 감독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운용사와 판매사 등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사모펀드를 본래 취지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사모는 사모답게’ 고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운영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운용사와 판매사 등은 각자의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책임성 강화 등 내부통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위법·부당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제도 보완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이를 통해 금융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어떤 것이 효과적인 금융감독체계인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내부기강의 재정비도 언급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일부 직원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와 일탈로 인해 우리의 대외적 신뢰가 크게 저하됐다"며 "이제까지의 과오(過誤)를 통렬히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신뢰 회복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금감원 전·현직 임직원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새해 금융감독 방향에 대해서는 ▲금융시스템 복원력 강화 ▲금융 중개역량 강화 ▲금융소비자 보호와 포용금융 강화 ▲지속가능한 금융혁신 지원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맞물려 금융시스템의 복원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회복 지연, 금융지원 축소시 예상되는 절벽효과(cliff effect)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금융사의 손실흡수 능력 제고를 촉구해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자본관리를 강화하도록 하며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지도해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은 중소기업 지원 비중이 큰 지방은행과 서민과 자영업자 지원을 책임지는 금융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중개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산업의 발전과 장기적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효율적 금융중개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금융사의 혁신기업 선별 능력 제고와 중소기업 체질개선 노력 등을 유도해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촉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본시장의 금융중개 역량을 강화해 개인투자자들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기능 확대를 유도하고 사모펀드가 건전한 모험자본 공급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도록 지원해 나갈 필요도 있다"며 "불공정거래 과징금 도입,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 인력 확충과 유사투자자문업자 점검 강화 등을 통해 유가증권시장의 불법·불건전행위를 근절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시 확대와 회계법인의 감사품질 평가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와 포용금융 강화를 위해서는 3월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원활한 시행과 조기정착을 지원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의 내실화와 효과적인 활용방안 모색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또 최근 급증하고 있는 비대면 금융상품 판매채널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를 선제적으로 방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윤 원장 "앞으로 코로나19의 금융지원이 마무리되면 자영업자와 취약차주들이 일시에 과중한 채무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해 채무조정제도를 미리 정비해 두는 한편, 이들의 재기를 돕기 위한 금융과 경영컨설팅 지원의 확대를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 금융혁신 지원을 위해 금융사와 빅테크의 규제 차이를 바로 잡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핀테크, 빅테크의 등장은 금융거래의 편의성을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금융의 플랫폼화가 진전되면서 금융사의 IT기업 종속을 심화시킬 수 있어 금융시장의 공정 경쟁을 위한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의 디지털화에 수반되는 제3자 리스크, 사이버보안 리스크, 디지털 부채 리스크 등 새로운 형태의 리스크도 관리해나가겠다는 포부다. 디지털 부채 리스크는 사이버보안 실패, IT 인프라 부족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과 법적책임 관련 비용 등을 포함한다.
이효정 기자 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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