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뷰티 거함'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새 선장으로 부임한 김승환 대표가 공식적으로 첫 발을 뗐다. 업계는 취임 이전부터 활발하게 전략적 구상을 밝혀온 '전략통' 김 대표가 아모레퍼시픽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8일 '전략공유회'라는 이름 아래 열린 올해 사업전략 설명회에 직접 나섰다. 공식 취임을 약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대표 선임 직후 국회에서 열린 'K-뷰티 포럼' 출범식에도 참석한 바 있다. 대표로서의 공식 업무에 돌입하기 이전부터 의욕적으로 업무에 돌입한 셈이다.
특히 김 대표의 전략공유회 출석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과거 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해 '애널리스트데이'를 운영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 대표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 적은 김 대표 이전까지 없었다. 사드 보복 이후 위축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와, 코로나19로 인한 로드샵 타격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실적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 아모레퍼시픽의 변화 방향을 제시했다. 또 대외비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구체적인 오프라인 매장 폐점 수치와 구조조정 계획도 공개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현재까지 141개의 이니스프리 매장을 정리했으며, 올 한 해 동안 170개 매장을 추가 폐점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은 사업 효율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앞서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기에 접어든 201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인 오프라인 매장 확장 전략을 펼쳐 왔다. 이에 2010년 약 19조 원 규모였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유형자산은 지난해 32조 원으로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 같은 '거구'는 급변하는 시장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했다. 사드 배치로 촉발된 중국 시장의 급변에 수많은 매장이 '짐'이 됐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오프라인 시장의 침체 역시 고스란히 타격으로 돌아왔다. 실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자산 대비 수익률을 나타내는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지난 2016년 12.3%에서 올해 3분기 2.7%로 급전직하했다.
이에 김 대표는 '디지털화', '브랜드 강화', '인력 효율화' 등의 조치를 통해 디지털 전환에 돌입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 축소를 통해 유형자산, 리스 비용 등을 대폭 감축하고 여력을 이커머스에 집중해 '효율 경영'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말 창사 이래 최초의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실질적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 대표가 지휘할 '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핵심은 이커머스가 맡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내년 중국 시장에서의 이커머스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국내에서의 이커머스 비중도 30% 선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국내·외 오프라인 유통 전략도 기존의 로드샵 시스템에서 각종 플랫폼을 통해 공급하는 소비자직접거래(D2C) 방식으로 선회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김 대표의 취임과 함께 설화수, 라네즈 등 핵심 브랜드를 별도 유닛으로 독립시키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움직임이다. 중국 시장에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설화수에 이어 젊은 층을 겨냥해 라네즈를 키우고, 이를 통해 지속 성장의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고객 중심 혁신 상품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되는 점을 감안해 오프라인 전통 채널은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며 "공격적 디지털 전환을 통해 국내외 이커머스 부문 매출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주요 채널과 협업을 지속하고 마케팅 퍼포먼스를 고도화하는 등의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취임 직후부터 의욕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김 대표의 움직임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커머스 중심 전략을 선택하기까지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 동안 쌓아온 사업 역량과 적극적인 디지털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 '턴어라운드'가 현실화되는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뷰티 업계의 디지털 전환은 그간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온 흐름이 있었던 만큼 타 업계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업 구조 재편에 대한 내·외부적 저항이 이어지겠지만, 이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디지털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면 실적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한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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