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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vs 친원전] 재생에너지 한계만 유독 강조 친원전…“원전만이 살길?”


재생에너지 간헐성, 계통문제, 정전사태 등 문제점만 지적하고 나서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문재인정부 들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에너지 정책이다. ‘탈원전과 친원전’ 논쟁은 치열하다 못해 삭막할 지경이다.

최근 원전 정책을 주관하던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국장과 서기관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논란이 됐다. 여기에 산업부가 2034년까지 내용을 포함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내놓으면서 또다시 ‘탈원전 vs 친원전’ 갈등이 커지고 있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요점은 원전과 석탄 발전은 줄이고 LNG와 재생발전은 늘린다는 데 있다.

최근 에너지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일방적 논리 전개에만 집착하고 있어 전체 공론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이스트]
[카이스트]

카이스트(KAIST)는 지난 18일 ‘국가 저탄소 에너지의 미래를 위한 과학기자단 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 주제로 ‘국가 저탄소 에너지 미래’라는 문패는 걸었는데 실제 세미나 주요 내용은 “원전만이 저탄소를 실현할 수 있고 원전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강조한 세미나에 지나지 않았다.

발표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국가 저탄소 에너지를 위해서는 원전이 필요하다”는 곳에 화력을 집중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계통 연계 문제, 간헐성 심각, 대규모 정전사태 등 자극적 문구를 사용하면서 비판에 나섰다.

노동석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 박사는 “태양광, 풍력의 출력이 증가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면 과잉공급 상황이 발생한다”며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면 주파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서 최악의 경우 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 박사는 “에너지 정책의 미래를 결정하는 요인은 정책적 결정, 전력수요 증가세,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수준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리 여건(전력망 미연계, 수력 부족 등)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했다.

박진호 한국에너지학회 수석부회장은 “세계적으로 에너지소비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산업부문이 1위로 전체 50% 차지한다”며 “앞으로 전기에너지 증가추세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 박 부회장은 ▲에너지효율 향상과 수요관리 ▲재생에너지 기술과 간헐성 해소 기술 개발 ▲배터리 기술과 에너지저장 기술 ▲수소에너지와 바이오 에너지 기술 개발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용희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초저탄소 미래 원자력 시스템 연구’, 임만성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저탄소 에너지원 원자력-재생에너지 공생 가능성’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두 교수 모두 원자력이 필요하고 앞으로 저탄소를 이루는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란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자리에서 신재생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전기소비자협회를 구성하고 민간단체들이 폭넓게 참여한 가운데 국가전력수급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근준 충북도립대 교수는 발표 자료를 통해 “저탄소 전력시스템은 다양한 민간 이익 관련 주체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장”이라며 “상호이해를 조정할 수 있도록 정밀하고 공인된 툴(TOOL)에 의해 재현 가능한 기술, 경제, 환경적 검토가 돼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국가전력수급계획을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에너지전환과 보조를 맞춰 전기위원회와 평형을 이룰 수 있는 전력소비자와 신재생 생산자·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간으로 구성된 전기소비자협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빅데이터 공유를 통해 시장, 기술, 전력정책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3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는 3억3300만 톤에 이른다. 정부는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약 1억9300만 톤을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2.2%를 줄여야 한다. 여기에는 노후석탄발전 30기 폐지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내놓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은 우리나라 발전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시나리오로 구성돼 있다. 발전원별로 보면 올해 석탄 화력 57기(35.8GW)에서 2034년 37기(29.0GW)로 6.8GW 감축한다. 가동 30년이 되는 30기를 폐지하는 대신 이 중 24기는 LNG 발전기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재 가동 중인 24기 원전은 2034년 17기까지 줄어든다. 원전별로는 고리 2·3·4호기, 한빛 1·2·3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3·4호기가 설계수명을 채우면서 멈춘다.

LNG 발전 설비 용량은 올해 41.3GW에서 2034년 59.1GW로 확대된다. 같은 기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설비 용량은 20.1GW에서 77.8GW로 대폭 늘어난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석탄과 원전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LNG는 늘리는 곳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 과정에서 ‘내 진영’의 논리만 강조한 채 무조건 상대편을 공격만 한다면 해결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탄소 중립은 모든 구성원이 다 함께 노력하더라도 달성하기 힘든 과제 중 하나이다. 한쪽 의견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한 세미나와 의견 제시는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전체로서는 큰 손실이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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