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금융당국이 개인 투자자에 배정하는 공모주 물량을 확대키로 한 가운데 이는 일부 공모주의 과열 현상에 따른 단기적 처방이란 지적이 나왔다. 시장상황이 악화될 경우 개인 투자자 손실과 공모주시장 부진도 초래할 수 있단 우려다.
10일 한국증권학회가 '한국 IPO(기업공개) 시장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송교직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들어 공모주 광풍이 일고 있지만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하락한 경우도 많다"며 "개인 배정비중을 늘려놨을 때 향후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공모주 시장은 SK바이오팜을 필두로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새 공모가 진행될 때마다 역대 청약증거금과 경쟁률을 경신할 정도로 뜨거웠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 배정물량은 전체의 20%로 한정돼 있어 소액을 청약한 경우 투자자가 손에 쥘 수 있는 공모주는 몇 주 되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내년부터 개인 투자자 배정물량을 최대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했다가 미달한 물량의 최대 5%(전체 공모 물량의 5%)와 고위험 하이일드펀드에 우선 배정됐던 물량의 5%(전체 공모 물량의 5%)를 개인투자자 몫으로 돌리는 방식이다.
학계는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이 일부 공모주의 과열 현상에만 천착한 단기적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송 교수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IPO를 진행한 기업 중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한 비중은 코스피 37%, 코스닥 26%에 달했다. 기간을 상장 이후 5거래일까지로 넓히면 코스피 37%, 코스닥 34% 수준이었다.
그는 "수요예측 과정에서 해외투자자 등 허수 투자가 많아 인위적으로 기관투자자 경쟁률이 부풀려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이 (부풀려진) 경쟁률을 보고 개인 자자가 공모 청약에 따라 들어오면서 다시 경쟁률은 높아지고 이후 배정 주식도 적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은 경쟁률 등 과열 현상으로 다시 애프터 마켓에선 주가가 오른다"며 "이때 기관 투자자들은 얼마든지 빨리 팔고 빠져나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당장 개인 배정물량만 확대하는 것은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란 지적이다. 송 교수는 "상장 이후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일부 공모주가 과열됐다고 해서 개인 배정물량을 늘리는 등 제도 자체를 바꾸는 건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며 "이는 상장주관사가 공모가를 산정할 때 적정가격을 책정하는 '가격 발견기능' 또한 약화해 IPO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모주 전용 공모펀드 활성화는 이런 배경에서 대안으로 제시됐다. 송 교수는 "개인투자자를 위한 공모주 투자 전용 공모펀드를 활성화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 공모펀드에 물량을 더 많이 배정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주관사의 자율적 역할과 책임 강화도 절실하단 설명이다. 송 교수는 "최초 공모가 밴드 산정 방법을 개선하고, 주관사의 가격발견 기능과 배정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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