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정유업계가 연말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대부분 유임시켰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위기 속에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가 정유 업계 인사에도 반영된 셈이다.
정유업계 수장들은 실적 개선, 비 정유 사업 확대, 친환경 경영이라는 다양한 미션을 부여 받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유임됐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부여 받은 임무가 많다. 그룹사간 전면전 양상을 띄고 있는 LG화학과 소송전을 해결해야 하고, 코로나19로 침체된 정유 실적도 끌어 올려야 한다.
김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도 주도해야 한다. SK그룹 내 최대 의사 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에너지·화학위원회를 없애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했는데, 환경위원회 위원장이 김 사장이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SV(사회적가치) 담당조직을 ESG 전략실로 확대 개편했다. 또 SK이노베이션 산하 SK에너지는 친환경 프로젝트 담당을, SK종합화학은 그린 비즈 추진 그룹'(플라스틱 순환경제 완성을 위한 신규사업 총괄)을, SK루브리컨츠는 '그린 성장 프로젝트그룹' 등을 신설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2021년은 현재의 위기 극복은 물론, 친환경 중심의 신성장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그린밸런스2030을 완성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GS 4세 경영인으로 내년이면 취임 3년차를 맞는다. 오너가로서 다른 CEO보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GS칼텍스는 3분기에만 LG화학, 현대차, 카카오모빌리티, 롯데렌탈 등과 잇달아 업무협약을 맺었고, 지난 10월엔 베트남 세차업체 비엣워시의 모회사인 브이아이 오토모티브 서비스에 20억원을 투자했다.
허 사장은 내년에도 모빌리티, 전기 충전소, 외부 업체 지분 투자 등 비정유 사업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도 자리를 지켰다. 현대오일뱅크는 허리띠를 졸라 매는 비용절감으로 다른 경쟁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속에 지난 2·3분기 흑자를 거뒀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강 사장도 유임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강 사장의 비용 절감 노력은 통했지만, 정유업계 불황은 지속되고 있고 글로벌 환경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체질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탄소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2050년에는 지난해 대비 약 70%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678만톤에 달했던 탄소 배출량을 2050년 499만톤으로 179만톤 감축키로 했다. 이를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2024년까지 현재 보유 중인 3기의 중유보일러를 액화천연가스(LNG)보일러로 교체한다. 한전 등 외부에서 공급받는 전력도 2050년까지 전량 신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대체해 탄소 배출량을 줄일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소도 확대한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직영주유소 20곳에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소도 2023년까지 200개로 확대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내년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비 정유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친환경 경영을 강화해야 하는 점에서 리더들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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