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국내 진출을 결정했다. 이에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이커머스 업계의 '핵'으로 떠오른 쿠팡의 진정한 맞수로 11번가가 자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아마존은 11번가와 손잡고 한국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최대 3천억 원을 11번가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첫 협업은 해외 직구 상품을 11번가를 통해 판매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11번가는 이번 협업을 통해 이커머스 업계의 '톱 3'로 도약할 여력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쇼핑이 12%, 쿠팡이 10%, 이베이코리아가 10% 등을 점유하며 톱 3를 형성하고 있다. 11번가는 6% 수준으로 4위에 위치해 있다.
11번가는 이번 협업 이전까지 급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못해 왔다. 일정 수준의 시장 파이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연합하고 쿠팡이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며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주목받은 것과 달리 다소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업계는 아마존이 11번가의 노하우를 흡수해 국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시 이커머스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쿠팡의 '롤 모델'인 만큼 풀필먼트 부문에서 노하우를 발휘할 시 쿠팡의 '진짜 강적'으로 자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적 분석도 제기된다.
또 아마존은 단순한 이커머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도 서비스하고 있어 경쟁력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협업 상대인 11번가가 국내에서 IPTV, OTT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라는 평이다. 이와 함께 이번 투자를 통해 상장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11번가가 지속 투자를 이어가기 위한 여력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내에서 아마존과 중국 알리바바 사이의 경쟁이 촉발될 경우 시장 공략 움직임은 더욱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올해 150조 원 규모로 성장해 글로벌 5위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국가 중 최대 수준이다.
한국을 성장세에 있는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일각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며 시장 장악력을 확보함과 함께,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과의 접근성을 활용해 물류 기지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이 같은 예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경쟁력인 물류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에서다.
실제 이커머스 업계 풀필먼트 서비스 선두 주자이자 아마존의 국내 시장 최대 라이벌인 쿠팡은 현재 전국에 168개의 물류센터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또 탄탄한 오프라인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롯데, 신세계 등 유통 공룡들도 지속적 투자를 이어가며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 속 '출혈 경쟁'이 예고돼 있는 가운데, 이제 막 연합을 시작한 아마존과 11번가가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 나갈 것이라는 예상은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은 지속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하려는 시도를 이어 왔으며, 11번가와의 협력도 이 같은 시도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장기간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가운데 아마존이 이를 실제 실행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마존이 기존의 풀필먼트 사업 모델을 한국 시장에도 적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업계의 가장 큰 위협으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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