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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누가 탄소에 방울을 달 것인가


탄소세 도입, 전 세계적 흐름…탄소 배당, 해법 될 수 있어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탄두현령(炭頭縣鈴). 탄소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탄소함유량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탄소세가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 세계의 뜨거운 주제인 지구 가열화(Heating)는 온실가스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고서는 기후위기 대응은 없는 셈이다. 각국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해 온실가스를 줄이고자 나선 배경이다.

우리나라에서 탄소세 도입에 대한 의견과 주문은 있는데 정작 대놓고 ‘추진하자’는 정치권 지도자는 별로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2050 탄소 중립’을 위해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자리에서도 탄소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탄소세는 증세이다. 세금을 더 걷겠다는데 좋아할 국민은 많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조세 정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깊다. ‘내가 낸 세금이 도대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세 저항이 강하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정치권은 ‘탄소세 도입’을 이야기하면 표가 떨어질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 자신의 생존을 보호하자던 쥐들이 정작 “그럼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쥐도 선뜻 나서지 않은 ‘묘두현령(猫頭懸鈴)’과 닮은꼴이다.

나서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12년 기획재정부가 화석연료 조세 도입을 중장기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탄소세법, 박원석 의원은 기후정의세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후 탄소세 도입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10일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탄소세를 부과하고 이를 지역 화폐 형태의 기본소득으로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이른바 ‘기본소득 탄소세’ 도입을 정부와 국회에 제안한 것이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탄소세 도입으로 탄소 제로 기여, 관세 강화와 수입 거부 등 경제 제재에 대한 능동적 대응, 증세 저항 최소화, 소득 불평등 완화, 국가 경제 활성화 등 5가지 긍정적 요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스위스가 탄소 배당을 도입한 것에 눈여겨볼 점이 있다”며 “탄소 세수를 전 국민에게 균등하게 되돌려줘 모든 국민이 건강한 환경에서 경제적 기본권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일 ‘기본소득 탄소세’ 도입을 정부와 국회에 제안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일 ‘기본소득 탄소세’ 도입을 정부와 국회에 제안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근 탄소세 도입에 따른 증세 저항을 완화하고 이를 상쇄시키는 방법으로 ‘탄소 배당’이란 제도에 눈길이 쏠린다.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탄소 배당 연계 탄소세 도입의 필요성과 기본 방향’이란 이슈 페이퍼를 내놓았다.

◆탄소 배당, 기본소득개념으로 모든 국민에 똑같이 배분=탄소 배당은 탄소세 수입을 기본소득 방식으로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똑같은 금액으로 배분하는 것을 의미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사례를 참조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사회적 비용을 ‘2만6600원/tCO2(CO2 1톤당 2만6600원)’으로 추정했다.

이를 근거로 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탄소 세수를 계산했다. 산업(광업·제조업) 9조2865억, 도소매·음식 숙박업 1조3044억, 통신·금융·부동산·서비스 1375억, 공공사회·기타서비스업 1조2091억, 운수업 1조6643억, 관용·자가용 2조1835억, 가계(전기·난방· 취사·온수) 1조4570억 원 등으로 추산됐다. 탄소 세율을 톤당 2만6600원으로 계산했을 때 탄소 세수는 연간 약 17조 원이 발생하고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0.9%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이 탄소 세수를 우리나라 총인구인 5200만 명으로 나눠보면 1인당 연간 32만6422원(월 2만7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조혜경 연구위원은 톤당 2만66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나라 탄소 세수는 약 17조 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조혜경 연구위원은 톤당 2만6600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나라 탄소 세수는 약 17조 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조 연구위원은 “수송과 산업계는 에너지세와 탄소배출권거래제 등 이미 가격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탄소세를 부과할 때 기존 규제 정책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유류세와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부과되는 수송용, 난방과 산업용 석유류, 가스제품에 대해서는 기존 세율을 내리고 탄소세를 부과한 뒤 탄소 배당의 보상 혜택을 제공한다면 서민층의 증세 부담을 완화하고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세할 때 국민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없다’는 데 있다. 탄소세 도입에 대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탄소세 도입과 탄소 배당제도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탄소세를 일반회계가 아닌 특별회계 또는 목적세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탄소 세수가 배당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사전에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 관련 법에 탄소 세수 균등 배당에 관한 규정을 명시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소 배당 도입한 스위스=탄소 배당을 실천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는 스위스이다. 스위스는 2008년 1월부터 난방용 화석연료에 이산화탄소 부담금을 징수하고 있다. 2008년 도입 첫해는 CO2 1톤당 12프랑이었는데 2018년 1월에는 1톤당 96프랑(약 11만5000원)으로 올랐다.

징수한 탄소 부담금은 관련 법에 따라 모든 국민에게 균등하게 배분된다. 스위스 거주자 모두에게 N분의 1로 되돌려 준다. 환급하는 방법도 스위스 기초건강보험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때문에 탄소 배당 환급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할 필요가 없어 행정비용도 최소화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 같은 스위스 사례를 언급하면서 “스위스에서 탄소세는 낮은 수준에서 출발해 점진적으로 인상돼 기업과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난방비는 상승했다”며 “탄소 고배출 에너지 연료로 난방을 많이 하면 부담금이 늘어나고 저탄소 난방장치를 설치하거나 난방을 적게 사용하는 소비자는 부담금을 적게 낸다”고 말했다. 난방비 부담이 사용량에 따라 누진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반면 탄소 배당 환급금은 사용량에 상관없이 균등하게 배분된다. 조 연구위원은 “난방을 많이 사용하는 소비자는 환급금보다 더 많은 탄소세를 내는 반면 난방을 적게 사용하는 소비자는 환급금이 더 많은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탄소 배당은 재분배 효과도 있다”고 진단했다.

스위스는 난방 분야에 탄소세를 도입한 뒤 탄소배출량도 줄고 소득 재분배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스위스는 난방 분야에 탄소세를 도입한 뒤 탄소배출량도 줄고 소득 재분배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탄소 배당이 소득 재분배 효과를 거둔 것과 마찬가지로 탄소세 도입으로 난방 분야에서 스위스 온실가스는 많이 줄었다. 스위스 연방환경청 자료를 보면 1990년에 탄소 배출을 100%로 봤을 때 2018년 스위스 난방 부문 배출량은 71.9%로 줄었다. 반면 탄소세가 부과되지 않는 수송 분야는 103.3%로 증가했다.

스위스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분석 자료를 인용하면서 “자동차 연료에도 탄소 배당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탄소세 도입, 전 세계적 흐름=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2020년 6월 현재 전 세계 40개국, 약 20개 도시 등에서 탄소 가격화 규제(탄소세와 탄소배출권거래제 통칭)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이 가장 앞서 있는데 스위스 등을 포함해 16개국에서 탄소세를 도입하고 있다.

탄소세는 말 그대로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에 함유된 탄소량에 기초해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탄소세는 1990년대 등장한 새로운 환경세라고 할 수 있다. 석유와 석탄, LNG 등 특정 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인 에너지세는 차등과세인데 탄소세는 탄소 톤 배출량에 따라 부과되기 때문에 에너지원 종류에 관계없이 같은 세율이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탄소 중립 등 외침은 있었는데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2009년 이병박정부 당시 제정된 ‘녹색성장기본법’과 무관하지 않다. 녹색성장기본법은 말 그대로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녹색성장 촉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가 목표이고 이를 강제하는 환경규제 정책이 초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탄소중립위원회를 만들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 차관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세 도입이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란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 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 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탄소세 도입은 전 세계적 흐름으로 피할 수 없다. 당장 유럽과 미국은 수입품 등 모든 항목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환경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준비돼 있지 않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탄소 문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입 등 무역을 통해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절체절명의 위기가 될 수 있다. 탄소세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탄소 배당 등으로 증세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2019년 1월 17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탄소세 배당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성명’이 실렸다. 3589명의 미국 경제학자들이 탄소세 균등 배당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들 경제학자들은 "기후위기와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탄소세 도입에 이어 탄소 배당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앞으로 소득분위별 탄소 배당 규모와 탄소세 규모에 따른 소득 역진성 개선 효과를 산정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소득분위별 에너지원별 가구의 연료 소비량과 연료비 지출에 대한 세부 통계를 토대로 별도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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