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이를 제재할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허위조작정보를 처벌할 법적 규정이 없는 데다, 업계도 표현의자유 침해를 우려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들이 가짜뉴스 유통 방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홍종윤 서울대학교 팩트체크센터 부센터장은 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코로나19 관련 허위조작정보가 사회적 혼란이나 불신을 일으켜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없다"며 "국내에선 허위조작정보를 법으로 처벌하는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코로나19 관련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하고 있다. 즉, 허위조작정보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개인정보를 유포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확진자 수나 백신 위험성을 부풀려 사회 혼란을 야기한 가짜뉴스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방통심의위가 방송법과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방송과 인터넷상의 가짜뉴스를 사후 심의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조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부센터장은 "방통심의위는 코로나19 관련 인터넷 심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통 정보의 양과 속도 등을 감안하면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명시적인 법령 및 관련 심의규정도 없어 실효적 대응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플랫폼 11개사가 가입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이마자도 유명무실하다. 신고 대상이 언론보도 형식의 게시물에 국한된 탓이다.
KISO는 2018년부터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이용자가 신고한 가짜뉴스를 심의해 삭제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 문제는 언론사 명의나 직책을 사칭·도용해 기사 형태로 허위 내용을 전달한 게시물만 신고 대상이어서, 기사 형태가 아니거나 비공개 커뮤니티에 게재된 정보는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실제 올해 11월까지 KISO 신고건수는 3천583건으로 2019년(168건)의 21배, 2018년(115건)의 31배에 달했으나, 삭제 조치 등이 된 게시물은 단 3건에 불과했다. 2018~2019년 처리건수는 0건이다. 신고건수의 80%가 실제 언론 보도였기 때문이다. 구글·페이스북 등 KISO에 가입하지 않는 해외 플랫폼사 신고건수도 185건에 달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신익준 KISO 사무처장은 "모든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하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우려가 커 언론보도 형식의 게시물에 대해서만 제재하고 있다"며 "방통심의위와 긴밀히 협의해 허위조작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규제 거버넌스 구축해 구글·페북 참여시켜야"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가짜뉴스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플랫폼사가 자발적 유통 방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민정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유럽연합에서는 구글·페이스북이 만든 허위조작정보 자율실천강령을 만들도록 했는데, 각 사업자가 좋은 방안을 내놨다"라며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국내 영향력이 확대되는 만큼, 방송통신위원회와 방통심의위도 해외 사업자가 자율규제 실천강령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병우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은 '공동규제 거버넌스'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인터넷 기업과 언론, 학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자율강령과 이행계획을 마련하게 하자는 제언이다. 유럽연합은 지난 2017년부터 이같은 '고위전문가그룹'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손 학회장은 "인터넷 기업이 자율규제 활동 내역을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제3의 기관에서 평가한 후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자율규제를 고도화해야 한다"라며 "EU 사례처럼 구글·페이스북과 같은 해외사업자를 참여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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