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왔던 미국 인텔이 경쟁사들의 추월로 1위 자리가 흔들릴 위기에 처하자 '선택과 집중'을 펼치고 있다. 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잘되는 사업에 집중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대만 미디어텍에 전원관리(PWM) 반도체 사업부 '엔피리온'을 매각하기로 했다. 계약 규모는 8천500만 달러(약 944억 원) 규모로, 연내에 계약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지난달 SK하이닉스에 옵테인 사업부를 제외한 낸드 사업 부문을 매각한 바 있다. 매각 규모는 90억 달러(약 10조 원)다. 이는 국내 M&A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애플에 스마트폰 모뎀칩 사업을 10억 달러(약 1조1천억 원)에 넘기기로 했다. 스마트폰 사업부에서 연간 10억 달러가량의 손실을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인텔은 아직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긴 하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인텔의 매출은 전년보다 4% 성장한 739억 달러(약 82조 원)로 1위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반도체 시장 상위 15개 업체의 매출 성장률이 13%로 전망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폭 성장에 그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비주력 사업 매각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인텔은 최근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경쟁에 뒤처지며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후발주자가 무섭게 추격하고 있어 위기감은 더욱 크게 감지된다. 엔비디아는 올해 시가총액에서 인텔을 역전하고, 소프트뱅크로부터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을 인수했다.
인텔은 주력하고 있는 CPU(중앙처리장치) 분야에서도 AMD에게 위협당하고 있다. AMD는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 자일링스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인텔은 CPU 강자 자리를 지키면서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 확대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시장이 CPU, GPU,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등을 하나로 통합하는 추세가 되면서 시스템 반도체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GPU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경쟁사인 엔비디아와 AMD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GPU 시장은 엔비디아, AMD가 양분하고 있다.
인텔은 최근 Xe-LP 마이크로아키텍처 기반의 최초 데이터센터용 서버 GPU를 공개했다. 최근 발표한 인텔 아이리스 Xe 맥스 그래픽과 함께 향상된 비주얼 컴퓨팅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인텔 Xe 아키텍처 제품과 소프트웨어 이니셔티브를 지속적으로 향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다음 달 CPU, GPU, FPGA 등 다양한 칩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통합 툴킷 '원API'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잇단 사업부 매각은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반도체 업계가 급성장하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1위 사업자인 인텔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