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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상법 개정안, '기업 옥죄기'만이 능사인가


코스닥 상장사,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내몰릴까 노심초사

[아이뉴스24 류은혁 기자] 정부와 여당의 상법 개정안 연내 처리 강행 움직임에 재계가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정부와 여당의 반응이 미지근하면서 중소·중견기업이 몰려있는 코스닥 상장사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 도입,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선택적용 명문화,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이 포함돼 있다. 코스닥협회를 비롯해 경제단체들은 연내 입법을 예고한 상법개정안이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음에도 정부와 여당의 기업지배구조를 손질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탓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는 만큼 상법 개정안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소수주주 보호'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단 법부터 바꾸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코스닥시장은 나무가 모여 숲이 되듯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중견 기업들로 이뤄져 있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이번 상법개정안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선택적용 명문화'이다.

이들 기업은 상장회사의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선택 적용이 명문화되면 소액주주 보호 효과보다는 주주권 남용 위험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선 주주가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때 비상장사에 적용되는 요건(1~3% 지분 보유)과 상장사에 적용되는 요건(0.01~1.50% 지분에 6개월 이상 의무보유)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흔히 소액주주권으로 불리는 소수주주권은 임시주주총회 소집부터 이사·감사 해임청구권, 회계장부열람청구권 등을 포함한다. 주주들이 기업경영을 견제할 수 있도록 도입됐지만,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도 악용되기도 한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상장사에 대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때 종류에 따라 지분 0.01~1.50%를 6개월 동안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상장사에 대해서도 비상장사처럼 1~3%의 지분만 있으면 보유기간에 상관없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식을 매입하고 주주명의가 바뀌는 단 3일 뒤면 경영권 공격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물론 대주주와 경영진의 부정을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개정 취지에는 공감이 된다. 다만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중소·중견기업이 몰려있는 코스닥시장에선 본업보다 경영권 방어에만 몰두할 가능성이 높기에 향후 기업의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

코스닥 기업들은 소수주주권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와 장기적인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주주에 한정해 완화된 지분율로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운용방안이라고 말한다.

일각에선 애초에 상장사 오너들이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정부가 상법 개정에 나섰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지적에도 분명히 일리가 있다.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부정을 저지를 경우 피해를 보는 쪽은 주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상법 개정안으로 인해 코스닥 상장사들은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코스닥기업일수록 경영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코스닥시장은 미국의 나스닥(NASDAQ)을 벤치마킹한 기술주 시장이지만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이 속한 나스닥과 달리 이렇다 할 대표주가 없는 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이번 상법 개정으로 성장에 전념해야 할 코스닥 중소·중견기업이 경영권 방어에만 급급할 경우 코스닥시장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무조건 기업을 옥죄는 것이 능사일 수는 없다. 숲을 살리겠다는 대책이 결국 나무를 죽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할 때다.

류은혁 기자 ehryu@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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