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대림산업이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획득한 가운데 돌연 신용등급 철회를 요청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대림산업이 분할 결정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최근 세계 양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신용등급 철회를 요청했다. 신용등급 철회는 대상 회사가 요청하면 진행되는데 통상 신용등급 하향을 우려하거나 해외 자금조달 계획이 없는 기업들이 철회를 요청한다.
앞서 대림산업은 지난해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무디스로부터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받았다. 무디스는 대림산업 신용등급을 'Baa2'로, 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내다봤다. 해당 등급은 투자적격(Baa3 이상)에 해당하며 당시 SK하이닉스, 에쓰오일 등과 같은 등급으로 평가됐다.
무디스는 대림산업이 한국 건설산업 내 우월적 지위와 석유화학 사업 영위를 통한 차별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익성과 재무적 유연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후 대림산업은 입장문을 내고 "향후 해외 수주와 국제 금융시장에서 격상된 지위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의 경우 대림산업은 지난 6월 'AA-' 신용등급으로 1천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4.5배에 달하는 수요를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건설사들이 코로나19로 줄줄이 회사채 발행에 실패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세계 양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재무 안정성을 인정받은 것도 한몫했다.
이 가운데 대림산업이 돌연 해외 신용평가사에 신용등급 철회를 요청했다. 시장에서는 대림산업이 분할을 결정한 이후 신용등급 강등을 우려한 데 따른 선제적 조치로 내다보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 9월 대림산업을 존속법인 지주회사 디엘과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디엘이앤씨로 인적분할을 추진키로 했다. 분할비율은 디엘 44%, 디엘이앤씨 56%다. 디엘은 석유화학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디엘케미칼을 신설한다. 12월4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1일 지주사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분할계획서상 디엘이앤씨에 부채가 집중되면서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분할 이후 디엘이앤씨는 분할 이전 대림산업 총자본의 55.6%를 가져가는 반면, 부채는 72.1%(3조1천127억원)를 가져가면서 부채비율은 74.4%에서 96.4%로 22%포인트 증가하게 됐다.
물론 상법상 분할존속사와 신설사가 연대보증의무를 가진다. 그러나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제1책임은 디엘이앤씨에 있다. 더욱이 분할 이후 디엘이앤씨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혜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이 부진할 경우 석유화학부문에서 리스크 관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대림산업의 지주사 전환 방침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대림산업의 주가는 발표날인 9월10일 종가 9만2천800원에서 지난 26일 8만2천500원으로 11.1% 하락했다. 대림사업의 시가총액은 두달도 안 돼 3천580억원 넘게 증발했다.
결국 대림산업이 향후 신용등급 강등을 우려해 미리 신용등급을 회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들의 신용등급 철회는 종종 이뤄져 왔다. 지난해 무디스가 KCC의 회사분할에 따른 사업 다각화 악화를 우려하며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하자 KCC는 신용등급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신용평가 수수료를 포기하고 신용등급을 철회한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림산업 관계자는 "분할 결정에 따라 시장의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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