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클라우드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IBM, 오라클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
IBM은 클라우드 사업 확장에 집중하기 위해 회사를 아예 분할하기로 했고, 오라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화상회의 솔루션 '줌'을 고객으로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12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IBM은 고객사 IT 인프라를 관리해주는 사업부를 떼내 내년말까지 신설 법인을 설립한다.
IBM에서 분리되는 이 사업부는 전체 매출의 4분의 1를 차지한다. IBM에서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사업부지만, 클라우드 확산으로 성장 기회는 줄고, 수익성에 걸림돌이 돼왔다.
국내만 해도 20년간 IBM으로부터 IT인프라 관리 서비스를 받던 대한항공은 2년 전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로 전사 시스템을 이관하기 시작했다. IBM이 분사라는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다.
또 PC, x86서버 사업 매각 등 위기 때마다 끊임없이 변신하며 109년을 살아남은 IBM이지만 이번 분사는 역사상 가장 큰 변화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번 결단은 지난 4월부터 IBM를 이끌기 시작한 아빈드 크리슈나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크리슈나 CEO는 이전까지 클라우드와 인지 소프트웨어 사업부를 맡아왔다.
IBM은 이번 분사를 통해 클라우드, AI 등 새로운 성장 동력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그동안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크게 뒤쳐진 상태. 이에 퍼블릭 클라우드와 IBM 클라우드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18년에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업 레드햇을 인수하는 데 340억 달러를 베팅했다.
뉴욕타임스는 "IBM의 분할 전략은 컴퓨팅이 얼마나 클라우드로 이동했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클라우드 후발주자인 오라클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서비스 수요가 폭증한 화상회의 업체 줌, 8x8을 연달아 고객으로 확보하며 반격에 나섰다.
최근엔 중국 동영상 공유 앱 '틱톡' 인수전까지 뛰어들었다. 줌에 이어 틱톡까지 가져간다면 오라클 입장에서는 당장의 클라우드 매출 확대 뿐 아니라 소위 '잘 나가는' 앱을 자사 클라우드에서 운영한다는 마케팅 효과까지 얻게 된다.
물론 두 회사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 점유율은 약 2%에 그치고 있다. 여전히 대부분의 매출을 데이터베이스(DB) 사업에서 올리고 있다. 오라클의 틱톡을 인수해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IBM의 경우 지난 1년간 전년보다 20% 늘어난 235억 달러의 클라우드 매출을 올렸지만, AWS 등과 점유율 차이는 여전히 크다.
김국배 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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