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국내 모바일 콘텐츠 업계가 구글의 '앱 통행세' 확대 방침을 강력 비판했다. 사실상 구글을 제외하면 개발사와 이용자 모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29일 새로운 결제 시스템 '구글 빌링 라이브러리 V.3'를 도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글플레이에 새로 등록하는 앱은 내년 1월 20일부터, 기존 앱은 내년 10월부터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을 의무 적용, 결제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내는 게 골자다.
구글은 인앱 결제가 개발사·이용자 모두 '윈윈'하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개발사는 해외 진출 시 별도의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는 지역 간 경계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퍼니마 코치카 구글플레이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 총괄은 "이미 한국 앱의 98%가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어, 신규 정책의 영향을 받는 건 2% 이하"라며 "네이버 '라인망가'와 카카오 '픽코마'도 구글 인앱 결제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업계는 '숫자 놀음'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디지털 콘텐츠 앱 수가 전체 2%에 불과하더라도, 이들의 매출이나 이용자 수를 고려하면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중소 개발사는 늘어난 수수료 부담을 이용자에게 떠넘길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점에서 구글 인앱 결제 확대는 산업계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데, 어떻게 영향이 2%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구글 '웹 결제' 허용한다 했지만…'앱→웹' 연동 막아
이날 구글이 인앱 결제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갤럭시스토어', '원스토어' 등 다른 앱 마켓이나 웹(web) 결제를 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업계 비판이 이어졌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구글플레이와 다른 앱 마켓에 동시 입점 시, 구글이 추천 목록에선 해당 앱을 노출하지 않는 형태로 암묵적 제재를 해온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다른 앱 마켓을 이용하라는 건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웹 결제를 하려면 앱에서 웹이 바로 연동돼야 하는데, 구글이 이 길을 차단해 이용자 편의성이 떨어진다"며 "결제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하는데, 자사 시스템만 강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은 인앱 결제 확대 배경으로 보안성·편의성을 언급했지만, 개발사도 이에 대한 자발적 노력을 하고 잘하고도 있다"며 "오히려 구글이 고액 수수료를 가져갈수록 개발사의 연구·개발(R&D) 역량이 떨어져 이용자 후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구글이 국내 반발에 대한 당근책으로 1년간 1천150억원(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구글플레이가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한 해 매출에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가 발간한 '2019 모바일 콘텐츠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플레이 매출액은 5조9천9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1%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은 63.4%다.
◆구글, 글로벌 방침 따른다는데 정부 나선다고 해결될까
일각에선 정부가 나선다 해도 구글의 인앱 결제 확대를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서 퍼니마 총괄 역시 전기통신사업법 규제 등으로 결제 정책을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모든 국가의 규제를 준수하고 있다"며 원론적 답변만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발표하자마자 구글이 보란 듯 인앱 결제 정책 확대를 공식화한 셈"이라며 "구글은 글로벌 본사 정책이어서 국가별 정책을 달리 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정부가 나선다한들 효용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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