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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판 짜는 신동빈,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사업 낙점


화학·유통, 사상 최악 실적에 미래 먹거리 찾기 분주…배터리 소재 투자 가속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지주]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해 쇼핑, 화학 등 주력 사업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거머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새 먹거리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을 노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산업 지형이 급변하면서 기존 주력 사업으로는 미래 성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롯데정밀화학을 통해 두산솔루스 지분 인수에 나섰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쓰이는 전지박을 비롯해 동박 등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정밀화학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스카이스크래퍼 롱텀 스트래티직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2천900억 원을 출자키로 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최근 결성을 앞둔 7천억 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와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두산솔루스를 7천억 원 가량에 인수한 바 있다. 이후 5천억 원 규모 자본확충을 통해 추가 설비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6월 두산솔루스가 공개 매물로 나왔을 때도 유력 인수후보로 꼽힌 바 있다. 하지만 비싼 몸값과 동박·전지박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4개 사업부가 얽혀 있는 구조 때문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스카이레이크의 프로젝트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일단 발을 걸쳐 놓으려는 듯 하다"며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는 만큼 이번 투자는 향후 두산솔루스를 인수하기 위한 일환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을 노리고 관련 사업에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계열회사인 롯데알미늄은 헝가리에 1천100억 원 규모의 2차전지 양극박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말 완공 시 롯데알미늄은 연간 3만 톤 규모의 양극박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최근에는 총 사업비 280억 원을 투자한 배터리용 양극박 안산 1공장 증설도 마쳤다. 이번 일로 이곳의 생산능력은 1만2천 톤으로 증가했다.

양극박은 배터리의 용량과 전압을 결정하는 양극 활물질을 지지하는 동시에 전자의 이동 통로역할을 하는 알루미늄박 소재로, 높은 열전도성으로 전지 내부의 열 방출을 돕는 역할을 한다.

롯데알미늄 관계자는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배터리용 양극박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국내외 생산라인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라며 "특히 유럽의 친환경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는 등 글로벌 사업전략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롯데는 배터리 소재 인수·합병(M&A)에 관심을 보여 왔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배터리 음극재 기술을 보유한 히타치 케미칼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 쇼와덴코에 밀렸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올해 쇼와덴코 지분 4.69%를 약 1천700억 원에 매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히타치케미칼 인수에 실패하면서 쇼와덴코에 대한 지분 투자로 방향을 돌렸다"며 "전기차 시장이 급부상하는 상황에서 소재 업체들의 주가도 더 올라갈 것으로 보여 롯데가 배터리 소재 업체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계속 투자를 확대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  [사진=롯데알미늄 ]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 [사진=롯데알미늄 ]

롯데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선 '새 판 짜기'에 나선 신 회장이 기존 사업 대신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그룹 양 축인 화학, 유통에서 실적이 곤두박질 친 탓에 신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내부의 위기 의식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98.5%, 90.5% 급감하며 부진에 빠졌다. '코로나19' 이후 롯데그룹 시가총액은 7조~8조 원이 빠졌다. 또 롯데쇼핑 7개사의 통합 쇼핑몰인 '롯데온'에 대한 시장 반응도 좋지 않은 데다 각 사업들의 상황도 올 하반기에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 이후 롯데그룹 전반의 실적이 저하되고 있고 차입부담도 커졌다"며 "코로나19가 완화된 후에도 롯데의 실적 회복 속도는 상당히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지적들이 이어지자 신 회장은 지난달 깜짝 인사를 단행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그룹 2인자였던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대신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를 롯데지주의 새 수장으로 택했고, 각 계열사의 임원들도 교체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롯데의 누적 적자가 1조 원이 되어가고 있고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어떤 움직임이라도 보이지 않으면 주주 외면이 계속될 수 있는 데다 더 손 쓸 수 없게 될 것이란 위기의식이 이번 인사에 반영된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그룹 내 많은 사업들이 전통기업 이미지에 갇혀 구조적 문제에 부딪혀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산업 환경이 급변한 분위기 속에 신 회장이 그룹 체질개선을 위해 성장성이 높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눈여겨 보게 된 듯 하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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