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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갈등에 낀 화웨이, 시한부 운영 스타트…출구 전략 있나


15일 美 추가 제재 발효로 韓 기업도 피해…재고 소진되는 내년 이후 '존폐기로'

 [사진=RTVM 캡처]
[사진=RTVM 캡처]

◆'빅 바이어' 화웨이, 韓 기업 13조 원 타격 불가피

화웨이는 지난해에만 13조 원 어치의 한국 부품을 구매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이 주요 거래처다. 화웨이 매출 비중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3.2%(7조3천억 원), SK하이닉스에서 11.4%(3조 원) 정도다. 이들은 이날부터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당장 4분기 실적 악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최근 서버용 D램 고정가격 하락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화웨이와의 거래까지 끊기면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반도체 업계에선 화웨이의 수출 제재 조치가 1년간 이어질 경우 연간 10조 원의 매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량이 939억3천만 달러(약 112조 원)임을 고려할 때 약 10%에 달하는 비중이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이에 국내 기업들은 미국에 화웨이 수출에 관한 특별허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분위기로 봤을 땐 승인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미국의 제재를 위반할 경우 파산까지 이를 수 있는 만큼 업체들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화웨이 제재 위반 시 최대 20년의 실형과 위반 건당 100만 달러(약 11억8천만 원)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분을 받는다. 또 위반 건당 거래 금액의 최대 2배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의든 실수든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위반하게 되면 중국 ZTE 같은 처지가 될 수도 있다"며 "ZTE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어겨 파산 위기까지 갔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들은 단계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출처를 다변화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에선 화웨이를 대체할 시장으로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의 다른 스마트폰 생산 업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휴대폰 포트폴리오를 함께 갖춘 삼성전자보다 메모리 전문 기업인 SK하이닉스가 화웨이 추가 제재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반도체 수요는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 공급처를 찾으며 중장기적으로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이번 일로 화웨이에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칩(드라이브 IC)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난감해졌다.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공급 업체인 삼성전기도 마찬가지다. 다만 삼성전기는 화웨이에 납품하는 MLCC 물량이 소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빈 자리, 韓 기업 차지할까…"반사이익 기대"

일각에선 단기적 피해는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단 화웨이의 가장 큰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폰 사업이 내년부터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에 따른 수혜를 삼성전자와 오포, 비보, 샤오미, 애플 등이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 1억9천500만 대에서 내년에 5천만 대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물론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산 메모리반도체를 쓰고 있어 이들의 점유율이 상승하면 국내 업체 제품들도 많이 팔려 화웨이 매출 감소분이 상쇄될 수도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와 차이나텔레콤 선전시 지부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5G 슈퍼 업링크-다운링크 CA 결합 기지국 [사진=화웨이]
화웨이와 차이나텔레콤 선전시 지부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5G 슈퍼 업링크-다운링크 CA 결합 기지국 [사진=화웨이]

통신장비 시장 역시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경쟁사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시장점유율 28%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미국, 일본, 유럽 주요국 등 핵심 시장에서 점차 퇴출 당하고 있다. 대신 5G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화웨이 대신 삼성전자를 선택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전자가 약 8조 원 규모의 버라이즌 5G 장비를 수주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장비 시장이 삼성전자와 노키아, 에릭슨 '3파전' 구도로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노키아도 미국 이통사들과 관계가 멀어진 상태인 만큼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하며 향후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는 데 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발 묶인 화웨이, '홀로서기' 가능할까

화웨이는 지난해 5월부터 미국의 수출규제를 받았다. 이에 인텔 AMD 중앙처리장치, 구글 안드로이드 OS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또 올해 5월에는 미국이 화웨이와 화웨이 관계사가 설계한 AP를 미국 기술을 이용해 만들지 못하게 하며 반도체 우회로까지 막았다.

 [사진=화웨이]
[사진=화웨이]

이날 세 번째 미국의 추가 제재로 손발이 묶인 화웨이는 일단 미리 확보한 재고들로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날 제재안이 발효되기 전까지 6개월분의 부품 재고를 비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에도 TSMC가 생산한 최신 '기린 9000' 스마트폰용 AP 수백만 개를 실어 나른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서부터 통신용 모뎀칩, D램과 낸드 같은 메모리에 이르기까지 주요 제품에 반도체 부품을 사용한다. 하지만 앞으로 통신장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반도체 부품을 추가로 조달할 수 없게 되면서 관련 사업은 중단될 위기를 맞았다.

이에 화웨이는 일단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구글 안드로이드 대신 스마트폰용 운영체제(OS) '훙멍(鴻蒙·Harmony)'을 자체 개발해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5월 중순부터 구글이 거래를 중단하자 이를 개발했다. 다만 화웨이는 구글로부터 모바일 서비스를 지원받지 못하면서 유럽 등에서의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선 궁지에 몰린 화웨이가 고객사들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유도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또 미국 기술을 포함하지 않는 공급망 내에서 자체적으로 칩을 만들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이 화웨이가 만든 칩을 생산해줄 중국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SMIC마저 제재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미국 제재의 틈을 비집고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을 제조할 방법은 거의 없다"며 "화웨이의 홀로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사진=RTVM 캡처]
[사진=RTVM 캡처]

이 같은 상황 속에 일단 중국 정부는 크게 맞서지 않고 있다. 양국간 무역분쟁이 확전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현지에선 미국과 맞서기 위해 유럽연합(EU)과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양국간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 역시 최근 중국을 향한 강경책을 수용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갈등 해소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선 11월 미국 대선 결과를 우선 차분히 바라보자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안다"며 "이번에 누가 당선되든 미·중 패권전쟁이라는 큰 흐름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전략 변화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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